장애, 관심 그리고 소통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보고
“눈 감아봐, 뭐가 보여?”  “깜깜해.아무것도 없어.”  
“거기가 예전에 내가 살던 곳이야.깊고 깊은 바다 밑바닥.지금은 헤엄쳐 나왔지만
그곳은 빛도 소리도 없고, 바람도 안 불고 비도 안와.정적만 있을 뿐이야.
그렇다고 별로 외롭지도 않아.처음부터 아무도 없었으니까.
그냥 천천히 시간만 흐를 뿐이지.
난 두 번 다시 거기로 돌아가진 못 할거야.언젠가 니가 사라지고 나면
나는 길 잃은 조개껍데기처럼 깊은 바닷속을 데굴데굴 헤엄쳐 다니겠지”
-영화「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中
이 영화는 일본의 작가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소설「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각색해서 만든 작품이다.책의 16장 분량인 조제와 남자주인공(츠네오)과의 사랑이야기를 약 2시간의 영상물로 만들었는데 책과는 상당 부분 내용이 달랐지만 책보다 영화의 내용이 머릿속에 강하게 남는다.

영화에서 남자주인공은 심야의 마작 게임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이다. 최근 그곳 손님들 사이의 핫이슈는 이른 새벽이나 어두운 밤이 되면 유모차를 끌고 10년째 산책을 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로, 그 유모차 속에 마약, 돈, 보물 등이 들었을 거라는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그러던 어느날 남자주인공은 비탈길에서 내려와 바닥에 부딪히는 유모차와 마주치게 되고, 그 안에 한 소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 할머니의 권유로 조제의 집에서 밥을 얻어먹게 되며, 할머니는 뇌성마비로 다리를 절단하고 걷지 못하는 손녀를 유모차로 산책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의 이름은 그녀가 좋아하는 작가 프랑수와즈 사강의 소설에서 따온 이름이였다(실제 이름은 쿠미코)

그래서 남자주인공은 음식솜씨가 뛰어나고 할머니가 주어온 책을 읽는 것이 유일한 낙인 조제와 친구가 된다. 남자주인공은 밥을 달라며 조제의 집을 계속해서 방문했고, 여자친구가 있던 남자주인공은 조제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장애라는 것을 검은 마음을 가지고 바라 보았던 어린 시절에는,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부끄럽지만 장애인은 장애를 가짐으로서 마음까지 악해진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또한 장애인은 무섭고, 위험하고, 옆에 가기 싫고, 인상을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에 대해 멀리 하고 그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욕을 하는 것 보다 무서운 것이 신경 쓰지 않고 관심 조차 두지 않는 것인데, 나는 이렇게 지독하게 무서운 무관심으로 장애를 스치듯 안녕해버렸다. 그러다가 연민의 대상, 돌보아야 할 사람들로 생각했고, 진지하게 장애에 대해 생각해 본 것은 대학교에 들어 사회복지개론을 배우면서 이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대상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각 대상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부족하지만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과거 cr에도 쓴 적이 있지만 장애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단지 차이가 있을 뿐인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회에서 장애는 장애障(막을장, 거리낄애) 가 아니라 비장애인의 차별과 무관심으로 인해 장애인이 받는 상처로서 장애長哀(길장, 슬플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 보면 남자주인공과 친해진 조제가 얼굴을 드러내고 산책을 다녀오는 둘에게 할머니가 이런 말을 한다. “장애인이면서 집안에서 조용히 살아야지

남에 눈에 띄지 않게. ” 장애인이라고 햇살 따사로운 날 산책을 하고 싶고, 버스를 타고 친구들과 놀러 가고 싶고, 공원에 가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싶고, 소문난 맛집을 찾아 가서 음식을 먹고 싶은 것은 똑같을 것이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