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부제소 합의’ 란 그 합의의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를 의미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분쟁이 있는 경우 상호간에 소송제기, 고소, 고발 등을 하기 이전 단계에서 또는 실제 소송이나 고소, 고발이 제기되고 난 이후 법원이나 노동위원회 또는 노동청 단계에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부제소 합의를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박정택 변호사는 사회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용자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지위에 있는 근로자 사이에 이와 같은 ‘부제소 합의’가 있는 경우 이러한 ‘부제소 합의’가 악용될 여지가 있게 되므로 노사관계에서의 ‘부제소 합의’는 더욱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필자는 이러한 노사관계에 있어서의 ‘부제소 합의’와 관련된 쟁점 사항에 대해 짚었다.

저작시기 : 2013년 5월

본문내용

박 정 택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 1. 부제소 합의의
개념 및 의의‘부제소 합의’ 란 그 합의의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를 의미하는데,1)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분쟁이 있는 경우 상호간에 소송제기, 고소, 고발 등을 하기 이전 단계에서 또는 실제 소송이나 고소, 고발이 제기되고 난 이후 법원이나 노동위원회 또는 노동청 단계에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부제소 합의를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부제소 합의’가 있는 경우 그러한 합의로 인해 분쟁이 없어졌을 것이기 때문에 제소금지사유가 되는 것이고, 따라서 별다른 이유 없이 그에 위반해 다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권리보호자격이 없는 효과를 발생시키나, 한편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 중의 하나인 재판청구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그 특약의 대상이 되는 법률관계를 제한적으로 판단해야 한다.2)특히 사회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용자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지위에 있는 근로자 사이에 이와 같은 ‘부제소 합의’가 있는 경우 이러한 ‘부제소 합의’가 악용될 여지가 있게 되므로 노사관계에서의 ‘부제소 합의’는 더욱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노사관계에 있어서의 ‘부제소 합의’와 관련된 쟁점 사항에 대해 보도록 하겠다.2. 노사관계에서의 부제소 합의 이전 및 이후의 권리 포기와 관련한 쟁점가. 부제소 합의 시점 이후 발생될 각종 법정수당 차액 및 퇴직금 차액 부분부제소 합의와 관련해 대법원은 특정한 권리나 법률관계에 관해 제소하지 아니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에 위반해 제기한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대법원 1993. 5. 14. 선고 92다21760 판결), 이러한 소극적 소송요건으로서의 부제소 합의는 합의 당사자가 처분할 권리 있는 범위 내의 것으로서 특정한 법률관계에 한정될 때 허용되며 (대법원 1977. 4. 12. 선고 76다2920 판결), 그 합의시에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70. 8. 31. 선고 70다1284 판결).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1) 호문혁, 민사소송법, 제7판 제287면2) 호문혁, 같은 책, 제288면, 제289면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이러한 취지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신분보장대책기금관리규정에 기한 위로금의 지급을 둘러싼 피고 조합과 조합원간의 분쟁에 관해 피고 조합을 상대로 일절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정한 피고 조합의 신분보장대책기금관리규정 제11조는 조합원의 재산권에 속하는 위로금의 지급을 둘러싸고 생기게 될 조합원과 피고 조합간의 법률상의 쟁송에 관해 헌법상 보장된 조합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구체적 분쟁이 생기기 전에 미리 일률적으로 박탈한 것으로서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 헌법 및 법원조직법의 규정과 부제소 합의 제도의 취지에 위반되어 무효다”라고 함으로써(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0다65086 판결), 구체적 분쟁이 생기기도 전에 향후 발생될 모든 분쟁에 관해 일률적으로 재판청구권을 포기하도록 하는 내용의 부제소 합의는 무효라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또한 서울고등법원은 “소위 알박기와 관련해 향후 부동산의 가격에 관해 일체의 민, 형사상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합의” 한 사안에서 “정당한 매매대금을 초과하는 부분이 불공정행위로 무효로 인정되는 이상, 그 폭리를 계속 유지하기 위하여 이 사건 계약에 포함시킨 부제소 합의 조항도 역시 무효로 보아야 한다”라고 함으로써(서울고등법원 2009. 5. 14. 선고 2008나61655 판결, 위 판결은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9다50308 판결로 그대로 확정되었다), 무효에 해당하는 법률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를 둘러싼 분쟁을 전혀 다툴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부제소 합의는 무효라는 취지로 판단했다.한편 통상임금과 관련해 대법원은 “통상임금은 평균임금의 최저한을 보장함과 아울러 근로기준법 소정의 시간외, 야간 및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수당이나 해고예고수당 등의 산정근거가 되는 것인바, 위 각 수당에는 가산율 또는 지급일수 외의 별도의 최저기준이 규정된 바 없으므로 노사간의 합의에 따라 성질상 통상임금에 산입되어야 할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합의의 효력을 인정한다면, 위 각 조항이 시간외, 야간 및 휴일근로에 대해 가산수당을 지급하고, 해고근로자에게 일정기간 통상적으로 지급받을 급료를 지급하도록 규정한 취지는 몰각될 것이므로, 성질상 근로기준법 소정의 통상임금에 산입될 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노사간의 합의는 같은 법 제22조 제1항 소정의 같은 법이 정한 기준에 달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계약으로서 무효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6다13070 판결).위 부제소 합의와 관련된 판례들의 취지를 종합해 볼 때, 부제소 합의 시점 이후 장래에 발생될 각종 법정수당 차액 및 퇴직금 차액 부분 관련 부제소 합의는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나. 부제소 합의 시점 이전에 발생된 각종 법정수당 차액 및 퇴직금 차액 부분대법원은 “원고들이 퇴직하면서 퇴직금을 지급받은 후 피고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 산정시 퇴직금지급일수 및 평균임금의 산출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추가퇴직금 지급청구의 소를 제기하자, 피고 회사가 원고들과 소송 외에서 추가 금원을 각 지급하면서 원고들은 이후 어떠한 경우에도 퇴직금 산정 및 지급에 관해 민·형사상의 일체의 청구를 하지 아니하기로 약정한 사안”에서, “위의 약정은 향후 원고들의 퇴직금 산정 및 지급과 관련해 일체의 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하또한 대법원은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으로서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으로 이를 포기할 수는 없고 다만 근로자가 개별적으로 이를 포기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등 참조).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 취지에 비추어 보면, 부제소 합의 시점 이전에 이미 발생된 각종 법정수당 차액 및 퇴직금 차액 부분에 관한 부제소 합의는 그 유효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그러나 한편으로는 부제소 합의는 합의 당사자가 처분할 권리 있는 범위 내의 것으로서 특정한 법률관계에 한정될 때 허용되며, 합의 시에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다고 한 앞서 대법원 판례 취지 및 이처럼 부제소 합의에 관해 상대적으로 엄격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대법원 판례 경향에 비추어, 불명확하거나 그 내용이 특정되지 않은 부제소 합의는 비록 부제소 합의 시점 이전에 발생된 각종 법정수당 차액 및 퇴직금 차액 부분에 관한 것이라 하더라도 무효로 판단될 위험성도 있다.따라서 부제소 합의 시점 이전에 발생된 각종 법정수당 차액 및 퇴직금 차액 부분에 관한 부제소 합의가 유효한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1) 합의 시점 이전에 이미 발생된 각종 법정수당 차액 및 퇴직금 차액 부분을 그 대상으로 특정하되 2) 대상이 되는 임금 항목을 구체적·개별적으로 특정해 열거하는 한편 3) 그로 인해 계산되는 추가 지급 대상인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 및 연차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 및 퇴직금에 관해서도 그 항목을 구체적·개별적으로 특정해 열거하는 방식으로 부제소 합의를 해야 그 유효성을 인정받게 될 것이다.3. 부제소 합의와 형사 책임과의 관계한편 부제소 합의서에 민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취지의 내용만을 담을 경우 부제소 합의에 따라 그 시점 이전에 발생된 각종 임금 미지급 부분에 대해 면제될 수 있는 것은 민사상 책임 부분에 한정되게 된다. 즉 그와 같이 민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취지의 부제소 합의를 했다고 지난 임금체불 등에 따른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형사 책임까지 면하게 되는 것은 아니어서, 민사 책임에 관한 부제소 합의를 하더라도 여전히 형사 책임의 성립은 가능하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다만 임금 체불에 따른 범죄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근로기준법 제109조 제2항). 따라서 당사자 사이에 민사 책임에 관한 부제소 합의와 별도로 지난 임금 체불과 관련해 형사상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취지의 명시적인 합의까지 아울러 해야 그로 인한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참고로 임금 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은 3년이나(근로기준법 제49조), 임금 체불에 따른 형사상 공소시효는 5년이므로(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5호), 형사 책임과 관련해서는 적어도 소급해 5년분 임금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취지의 명시적인 합의서를 작성해 두는 것이 안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위와 같은 처벌 불원의 의사 표시는 늦어도 형사 사건의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이루어져야 처벌을 면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32조 제3항).4. 부제소합의의 효력범위위에서 본 바와 같이 사용자가 개별 직원들로부터 임금과 관련한 어떠한 소송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 합의서를 받을 경우 과거 발생된 각종 법정수당 차액 및 퇴직금 차액 부분 관련 부제소 합의만 효력이 있고, 장래 발생할 각종 법정수당 차액 및 퇴직금 차액 부분 관련 부제소 합의는 효력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모든 개별 직원들로부터 과거 발생분에 관해 부제소 합의서를 받을 경우 합의서를 작성한 직원들은 소를 제기할 수 없고, 만일 이들이 소를 제기할 경우 소 각하 판결이 선고되어 직원들이 패소하게 된다.부제소 합의서를 작성하지 않은 직원이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을 경우 판결의 효력은 소송을 제기한 직원들에 대해서만 미치게 된다. 따라서 다른 직원이 승소 판결을 받은 경우에도 과거 발생분에 대해 부제소 합의서를 작성한 직원들의 경우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소 각하 판결이 선고되어 직원들 패소로 사건이 종결된다. 한편 부제소 합의서를 작성한 직원들이 부제소 합의서를 작성하지 않은 직원들의 승소 판결문을 근거로 수사기관에 임금 체불로 형사상 진정 또는 고소를 제기했을 경우 부제소 합의서에 민사상 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와 별도로 지난 임금 체불과 관련해 형사상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취지의 명시적인 내용까지 포함시켜 합의했다면, 사용자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5. 부제소합의와 관련한 기타 쟁점부제소 합의와 관련해서는 장래 또는 과거의 청구에 대한 합의가 가능한지 여부 이외에도 부제소 합의 자체가 사기나 강박의 의사표시에서 이루어졌는지 여부 등 그 의사표시의 효력의 쟁점도 있고, 부제소 합의에 따른 지급금의 세무 처리 문제도 흥미로운 쟁점이다. 이러한 쟁점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추가로 설명할 예정임을 미리 밝혀 둔다.   (이하 생략)

참고문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