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당신이 하는 일이 정확히 무엇인가?’ KPI는 딴 게 아니라 여러분이 속한 업에 적합한 본질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간결하고 명확한 성과기준을 도출한다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자문해 보라. “당신의 회사는 무엇을 하는 회사입니까?”

저작시기 : 2014년 12월

본문내용

최근 드라마 ‘미생’에서 신입사원 장그래는 공들여 작성
한 신규 사업계획서를 자신 있게 발표하지만 팀장으로부터 어떠한 피드백도 받지 못한다. 본인의 사업계획서상 문제점이 무엇인지 영문도 모르는 신입사원에게 팀장은 10만 원의 세일즈 미션을 과제로 부여한다. 장그래는 판매의 핵심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된다”라고 판단하고, 시장에서 헐값에 양말과 속옷을 구매한다. 싼 가격을 강조하며 지하철에서 판매를 시도하고, 동문 선배를 찾아가 부탁도 해보지만, 선배는 “이건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이다, 이거 나에게 팔려고 산 물건 맞아?”라고 반문하며 구매를 거부한다. 결국 미션을 포기하며 돌아가던 장그래는 우연히 사우나 앞을 지나게 되고, 사우나를 찾아온 남성고객에게 양말과 팬티를 팔아 치우는 데 성공하며 주어진 미션을 완수한다. 이론으로만 장사를 하려 했던 주인공은 미션을 통해 판매의 기본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게 아니라, 고객의 필요를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는다.업(業)의 본질 도출이 1순위다 조직 성과관리에서도 업의 본질 파악이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보편화된 EVITDA, EVA와 같은 재무적 지표가 많이 활용되기는 하지만 해당 지표가 업의 본질을 대표한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또한 과거부터 사용하던 기존의 KPI Pool을 들여다 보면 다른 회사의 지표와 우리 회사의 지표 사이에 차이가 없어 우리 사업만의 본질적 특성을 측정하는 지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새롭게 유행하는 지표를 찾아보기도 하는데, 이 역시 우리 사업에 맞는 지표인지 확신할 수 없다. 실제로 최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가 유행함에 따라 다수의 소비재 업체에서는 회사 제품의 마케팅 효과를 좋아요(Like it)의 수로 단순히 측정하는 과오를 범하기도 했다. 따라서 조직성과에서 평가구조 및 프로세스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업의 본질을 측정할 수 있는 핵심성과지표(KPI) 선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사업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해야 핵심성공요인(Critical Success Factor)과 핵심역량(Core Competence)을 보다 쉽게 알아낼 수 있고, 이를 통해 핵심성과지표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업(業)의 개념을 파악하여 사업 전략을 세워라우리나라에서 처음 업의 본질 개념이 회자되기 시작된 것은 1989년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동남아시아 출장에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정확히 정의해 업의 개념을 스스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사업의 방향과 전략을 세워라” 강조하면서 유래됐다. 이 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시간수익(Time Profit)사업과 양심 사업으로 정의했다. 이익을 극대화하는 관점에서는 반도체 회사의 특성상 효율이 높은 생산 공정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쟁자 대비 초과이익을 벌다가 경쟁자가 동일한 생산 효율로 따라오면 가격을 다운시키는 방식으로 경쟁업체를 고사시킨다. 제품을 생산하는 관점에서 대규모 라인에서 다수의 인력 중 누구 하나 실수하지 않고 책임을 넘기지 않아야 된다는 관점에서 양심 산업이라고 칭했다. 이러한 업에 대한 통찰력은 해당 업에 대한 오랜 시간의 고민과 집중적 사고를 통해 새롭게 정의한 것이다. 이외에도 이 회장은 유통업의 본질은 부동산업이며 서비스업이고, 호텔사업의 본질은 장치산업이라고 정의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제약회사의 업의 본질은 영화산업과 유사한 ‘블럭버스터(Blockbuster)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업을 정의하고, 이를 통해 업의 핵심성공요인과 핵심성과지표를 도출한 사례가 있다. 바로 이명우 전 소니코리아 사장이 삼성전자의 해외 영업 시절에 가전제품 영업을 건어물 장사, 컴퓨터 영업은 생산 장사로 비유하고 컴퓨터=생선이라는 업의 개념을 바탕으로 ‘신선한’ 제품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업의 핵심성공요인임을 깨닫고, 이를 통해 상품 공급의 리드타임(lead time)을 핵심성과지표(KPI)로 선정하여 혁신적인 공급망(Supply Chain)을 구축한 일은 업의 본질을 통해 핵심성과지표(KPI)를 도출한 좋은 사례다.업(業)의 본질은 변화한다사실 업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는 다름 아닌 잭 웰치가 1981년 GE의 회장직을 맡아 사업 관련 자문을 구했을 때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가 던진 질문이다. 드러커는 1993년에 이를 정리해 “우리 사업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라는 저서에서 지속 가능한 조직이 숙지해야 할 5가지 질문을 던진다. 1.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2.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3. 우리의 고객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4. 우리 업의 성과는 무엇인가?5. 우리의 사업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드러커는 특히 회사의 비전·업의 표현은 간결·명확해 모든 조직원이 알아야 하며, 업무에 자극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업의 본질 파악이 어려운 이유는 첫째로, 업의 본질이 동일한 산업 내에서도 개별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각각 다른 방식으로 정의될 수 있으며, 둘째로 업의 본질은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닌, 기술적인 요인, 소비자의 니즈 변화 등에 따라 변화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산업 내 경쟁 강화에 따라 업의 본질의 확장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먼저, 하나의 산업에서 다양한 업의 본질이 존재하는 예로는 유통 산업에서 백화점 업의 본질이 점포 임대를 기반으로 하는 부동산업이라면, 텍사스 달라스에서 창업한 7-Eleven으로 대표되는 편의점 사업은 ‘냉장고의 확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편의점이 다른 유통업에 비해 생활 밀착형, 일상 식용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의류산업의 경우, 일반적인 의류산업은 업의 본질을 ‘적정제고 관리’로 정의하고 3:4:3의 법칙에 따라 30%의 제품은 원가의 5배로 백화점에서는 판매하고, 40%는 아울렛에서 3배로 판매하여 추가 이익을 확보하며, 나머지 30%의 제품은 kg 단위로 땡처리하는 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따라서 백화점의 판매가격에는 땡처리를 하는 재고처리 비용이 포함되며 이러한 방식으로 적정제고를 관리한다. 하지만 같은 의류산업에서도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Brand) 사업을 영위하는 1975년 스페인에서 문을 연 Zara는 의류업에 창고업을 혼합해 매장 자체를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의 개념으로 확장했다. 즉, 공장으로부터 매장으로 이어지는 공간 모두가 물류센터가 된 것이며 이를 통한 재고 관리 효율화를 이뤄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두 번째로 업의 본질이 변화하는 대표적인 예로 시계 산업이 있다. 과거 시계산업의 초창기에는 시간의 정확성이라는 기술적 측면이 강조됐기 때문에 기계식 무브먼트 중심의 정밀기계 산업이 업의 본질이었으며, 기술의 발달로 전자식 무브먼트가 개발되면서는 조립양산 산업으로 변화됐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무브먼트의 정확성보다는 시계의 브랜드 가치와 스타일의 가치를 우선함에 따라 패션산업으로 진화하게 됐다. 영화산업이 텔레비전의 도전을 극복하고 시장을 지켜낼 수 있었던 비결은 최신 영화를 틀어주는 사업에서 탈피하여 영화를 보는 동시에 쇼핑과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Time Spending Together) 사업으로 진화했기 때문이고 자동차 산업도 이제 더 이상 운송수단에 그치지 않고, 무인운전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Second Home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업의 본질을 발전시키고 있다. 지금도 다양한 산업에서 다수의 업체가 업의 본질의 진화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마지막으로 최근에는 산업 내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산업의 경계를 넘어서 업의 본질을 확장하고 있다. 스포츠용품을 생산하는 나이키는 업의 본질을 Fun(즐거움)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소니, 닌텐도 등의 게임회사를 주된 경쟁자로 지목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이키 스포츠용품의 주된 고객은 청소년이다. 만약 이들이 게임에 집중해 운동을 즐기는 시간이 줄어든다면 스포츠용품 및 의류 시장이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나이키는 같은 산업 내 최대 경쟁자였던 아디다스와의 시장 점유율 싸움(Market Sharing)을 넘어서, 다른 산업과의 고객시간 점유율(Time Sharing)의 싸움으로 경쟁 시장을 재정의했다. 통신사업자들 역시도 개인의 가처분 소득(Disposable Income)이 한정돼 있음을 즉시하고, 다른 산업으로부터 개인의 가처분소득을 확장하고자 통신회사의 경쟁자를 패션업으로 정의하고 지갑 점유율(Wallet Sharing) 관점에서 업의 경쟁 상황을 재정의 했다. 업의 본질을 도출하는 방법그렇다면 업의 본질은 어떻게 도출할 수 있을 것인가? 이번 글에서는 ▲업에 대한 통찰 ▲다른 시각에서의 접근 ▲역발상 이 세 가지 방법을 말하고자 한다. 업의 본질을 도출하는 힘은 업에 대한 깊은 통찰력에서 나온다. 여기서 통찰은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꿰뚫어 보는 통찰(洞察 : insight)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두루 훑어보는 통찰(通察: overview)까지 포함한 것이다. 이런 깊이 있는 통찰은 현장 경험을 토대로 나타나고, 또한 현장의 시각을 벗어날 때 도출된다. 필자가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한 프렌차이즈 담당 임원은 프랜차이즈 업의 본질을 ‘교육산업’으로 정의했다. 본사가 가진 노하우를 개별 프랜차이즈 영업사업장에 전달해야 하고, 업주가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런 업의 본질을 지키지 못할 경우 “본점과는 맛이 다른데, 예전과는 맛이 변했어”라는 불만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하우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와 이를 관리하는 슈퍼바이저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유지된다. 업의 본질을 도출하는 또 다른 방법은 해당 업이 아닌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드라마 ‘미생’에서 한국기원의 연구생으로 있다가 기업의 상사 업무에 투입된 주인공 장그래는 바둑에서 얻은 지혜를 통해 기존 무역회사의 일반적 형식에 따른 프레젠테이션에서 탈출해 문제의 본질에 우선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제안해 성공적인 발표에 공헌한다. 한 분야에서 깊이 있는 내공을 쌓게 돼 달인 혹은 명장이 된다면, 다른 분야에도 해당 분야를 통찰하는 지혜를 갖추게 된다는 좋은 사례일 것이다. 이것을 사자성어로 만류귀종(萬流歸宗)이라 한다. 모든 물줄기와 수없이 많은 물결 그리고 흐름이 결국 바다에 가서 하나가 된다는 말이다. 이건희 회장 역시 바둑을 통해 경영철학을 제시했는데 “21세기는 천재들이 먹여 살리는 시대로 바둑 1급이 10명이 머리를 맞대도, 바둑 1단을 못 당한다”고 강조하며 삼성의 S급 인재 확보를 강조했다.마지막 방법은 역발상의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는 것이다. 앞선 피터 드러커의 질문을 뒤집어 본다면 우리는 이런 질문을 만들 수 있다.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우리가 파악 못한 고객은 누구인가?”로 바꿀 수 있으며, “우리의 고객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우리의 고객이 모르는 가치와 니즈는 무엇인가?”로 바꾸어 사고해 볼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전통적인 기존의 가치 사슬도 뒤집어 볼 수 있다. 전통적인 가치 사슬은 기업의 자산·핵심역량에서 시작하고 다음은 투입요소·원자재, 제품·서비스, 유통채널, 마지막이 고객이다. 이를 역발상의 가치 사슬로 고친다면, 고객, 유통채널, 제품·서비스, 투입요소·원자재, 자산·핵심역량으로 뒤집을 수 있다. 일례로 다국적 화학업체인 미국 듀퐁(DuPont)사의 경우 신섬유 대량생산을 위해 양질의 원료 원자재 확보가 필요했는데, 이를 위해 농업 분야에 진출하였으며, 다시 사업 영역을 바이오(Bio)까지 확대하고 있다.이제 여러분이 속한 업의 본질에 적합한 KPI를 도출해야 할 시점이다. 이에 따라 도출된 간결하고 명확한 성과기준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스스로 자문해 보라. “당신의 회사는 무엇을 하는 회사입니까?”    (이하 생략)

참고문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