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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이분법과 이성애중심주의에 균열내기 Ⅰ.문제제기
딸: 레즈비언으로 살아가는 것이 한 쪽으로 치우친 것이라고요? 왜요?
엄마: 물론 둘이 서로 좋으니까 같이 다니는 것이겠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남녀의 조화라
는 게 있잖아.
딸: 남녀의 조화라 남녀의 조화라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이라든가 객관적인 개념은 아닌
것 같은데요.
엄마: 음양의 조화라는 것이 있잖아.남녀의 교접상태에서 느끼는 또 다른 것이 있다고
생각하거든.그것을 피하고 한 쪽 방향으로만 가니까 균형이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고 해야 하나.
딸: 제가 보기엔 음양의 조화라는 건 남녀가 아니라 한 사람의 몸 속에 이미 음양의 조화
가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엄마도 일전에 동의하셨잖아요.남
녀가 양음으로 딱딱 나뉘어 진건 어떤 사회적인 배경에 의해서랄까? 그런 것이지.굳
이 음양의 조화를 찾는다면 여자, 남자라고 나누고 그 반대 성에서 찾는 게 아니라 그
런 성별에 상관없이 내가 음보다 양이 강하다면 양보다 음이 강한 어떤 사람을 찾으면
되는 게 아닐까요.… (후략)
위 대화는 이화여대 안의 레즈비언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가 작년 정기 문화제때 발간한 자료집의 글 레즈비언 딸내미와 엄마, 대화하다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조심스럽게 시작되었던 그들의 대화는 ‘음양의 조화’라는 개념을 둘러싼 딸과 엄마의 시각 차이로 넘어간다
사실 안타깝게도 엄마의 말은 동성애를 둘러싼 매우 흔한 의견이다. 이와 같이 여성은 음 남성은 양이며 음과 양이 함께 있어야 조화를 이룬다는 동양의 유교적 음양론에 입각한 여성/남성의 이분법적 성별 규범과, 이성애만이 존재하며 옳다고 여기며 그렇지 않은 성애를 비가시화하고 낙인찍는 이성애중심주의(이성애주의 heterosexism)는 한데 뒤섞여 서로를 지지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 사회에서 엄연히 존재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동성애자 양성애자들을 사회적으로 비가시화하고 차별하는 이데올로기적 기제가 되고 있다.필자는 음양론을 여성주의적으로 분석하고 역으로 활용하여 성별 이분법과 이성애중심주의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여성주의적 실천 이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Ⅱ.음양론
1.음양론의 개념
음양론이란 고대 중국에서 시작된 동아시아권의 철학적 사고의 틀이다. 만물이 생겨나고 소멸하는 우주론적인 섭리 안에서 음(陰)은 여성적인 요소로 양(陽)은 남성적인 요소로 간주된다
음양은 동아시아 특유의 의미 중첩 방법으로 확장되었고, 다양한 분류의 기준과 그 분류로 양분된 두 부분의 총칭이 되었다.
2.음양론의 역사적 변천 과정
주대의 시경, 서경, 주경 등 초기 경전에서 태동한 음양 개념은 햇볕의 유무와 관련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하였다. 음은 그늘을 말하며 어두움, 추움, 은밀함, 감춤 등으로 표상되었고, 양은 양지를 말하며 밝음, 따뜻함, 드러냄 등으로 표상되었다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