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층민의 소망과 시련  

하층민의 삶이 화제가 되거나 기록에 남으려면 특이한 내용을 갖춰야 했다. 왕과 백성의 관계 사랑의 갈등이 주 내용이다

설화에서는 미천한 인물의 왕, 왕비가 되는 이야기를 통해 희망을 나타냈고, 권력의 횡포에 살아남기 위한 지혜의 방어수단으로 왕에 대한 항거의지를 나타낸 것도 있다. 여왕과 미천한 신분의 남자의 사랑은 신분 차별과 사랑의 갈등을 다루었다

미천한 인물이 왕이 되는 설화에는 마퉁이가 백제 무왕이 된 이야기나 고구려 미천왕이 떠돌이 총각이었다는 예가 있다.

미천왕 이야기는 인간의 상하 관계를 다룬 설화로 왕손의 신분하강과 평민의 신분 상승이 나타나는데 전반부의 하강은 정치적 변동의 영향, 후반부의 상승은 미천왕의 경력에 허점을 가능한 상상을 민담의 유형으로 받아들여 왕과의 간격을 줄이고자 하는 하층 평민의 소망으로 보인다. 비슷한 설화로 [서동 설화]와 [온달 설화]가 있다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에 나와있는 이와 비슷한 민간 처녀의 고구려 왕비가 된 이야기도 사실 기록이라기보다는 소망표현의 의의가 크다.

<구토지설>은 권력 횡포에 맞서는 가르침을 주는 우화로 토끼가 위기탈출은 지배자의 횡포에서 벗어나는 약자의 지혜를 암시하는 교훈을 지녔다고 이해되었다. 이 이야기는 인도에서 유래도 있었고 불교설화에서 들어온 외래 설화를 변용한 것으로 불교설화와 비슷한 점도 있지만 그 의미나 등장인물에서 차이가 있다

간을 구하는 갈등의 계기는 불경에서는 임신으로 인하여 [마하바스투]에서는 남편에 대한 질투심으로 현역 경전에서는 병으로 인한 약물로 상이하고, 한역 경전에서는 종교적 의미가 강하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종교적 의미가 퇴색한다. 또한 대립관계에 있어서도 인도 불경에서는 원숭이와 악어로, 한역경전에서는 원숭이와 자라로ㅡ 우리나라에서는 토끼와 거북이로 나타난다

동물의 우화로써 신라성덕 여왕 11년 김춘추의 딸과 사위 품석이 백제군에게 죽임을 다하자 김춘추가 이를 보복하게 위해 고구려로 구원병을 요청하러 떠났다가 오히려 첩자로 오인 돼 감옥에 갇혔는데 그때 고구려에 들어올 때 가지고 온 청포 300보를 고구려 장수 선도해에게 뇌물로 주거 선도해가 탈출을 암시하며 들려준 이야기다. 용왕은 고구려 보장왕, 거북은 그 신하, 토끼는 김춘추가 된다

이런 동물담 형태는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이야기를 인간 사회가 아닌 동물사회의 이야기로 만들어 민중들이 소망하는 세상을 비유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라는 추정을 하기도 한다.

백제의 ‘도미이야기’는 음탕한 임금인 개루왕이 도미의 아내를 겁탈하려 갖은 계략을 짜지만 모든 수난을 이겨내고 결국 부부가 만나 함께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도미처의 재치, 도미처의 눈 뽑힘, 도미 부부의 기적적 만남 등 극적 사건의 연속을 보이고 있는 극적 구성이 단단한 이야기이다

사랑을 가르려는 개루왕의 행위는 집요한데 첫째는 대리인을 통한 시험단계, 둘째는 개루왕의 직접적 폭력행동으로 이 두 고난은 도미처의 지혜로 극복했다. 세 번째는 불가항력적 상황은 ‘하늘을 향해 울부짖으니 갑자기 조각배 한척이 물결을 따라 이르렀다’는 작품 내의 유일한 전기적 화소를 통해 극복되는 것으로 초월적 존재의 도움과 같은 기이함을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다

주제는 정절과 열(烈)이고, 지배자의 횡포를 용납 않으려는 하층의 의지를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관탈민녀형(官奪民女型) 으로 후대 열녀이야기의 근원이 되었다


미천한 백성이 여왕을 사모했다는 신라 선덕여왕과 지귀의 이야기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이야기로 <수이전>에만 그 내용이 실려 있다. 이 이야기는 원래 [수이전(殊異傳)]에 ]심화요탑[心火]: 마음에서 일어난 불이 탑을 둘러싸다]라는 제목으로 실렸는데 이는 화신의 내력과 그에 연유하여 빈번하게 발생하는 화재를 막기 위한 풍속을 사랑과 연관지어 문학적으로 형상화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지귀의 열정적 순애와 그 고뇌를 받아들이는 여왕의 넉넉한 품성이 상징적으로 나타나 있다. 사랑은 인간의 고귀한 정신적 가치인데 이를 가로막는 것이 인위적 질서인 신분이고 그럼에도 현격한 신분 차이의 관계속의 사랑을 설정한 것은 신분을 뛰어 넘는 인간적 가치를 추구한 의식의 소산이라 볼 수 있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