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최영림 작품분석 마음에 안 드는 작품 감상
최영림씨의 대부분 그림의 풍이 그렇듯이 이 작품은 굉장히 거칠고 마치 흙위에 그려진 그림 같다는 느낌이 든다.1976년에 그려진 작품이지만 이 그림에서 보여지는 것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먼저 제목에서 보면, 고무라 하면 북을 치면서 추는 춤이라 하는데 이 그림에도 제목과 같이 세 여인이 북을 치면서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아마도 그들이 북을 치는 장면을 포착해서 이 그림을 그렸으리라.
맨 아래에는 진흙탕 같은 것 위로 가지각색의 꽃이 피어 있다. 진달래 같은 분홍색의 꽃, 제비꽃 같은 보라색의 꽃, 그리고 푸른잔디
그 식물들 위로 세명의 여인들이 나신으로 춤을 추고 있다 그 여인상은 최영림씨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나타난바 와 마찬가지로 대단히 단순화되어 있다. 조선 시대의 보통 여인상을 그리려 했는지 뒤로 길게 딴 머리, 쪽쪄진 눈에 오똑솟은 코 , 그리고 조그마한 입술과 커다란 가슴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에 우리의 소중한 전통을 모독하는 듯한 느낌이 온다
그들이 치고 있는 북에 그려진 태극 무늬도 우리의 것을 깨는 듯한 느낌을 주게 만든다. 크기도 제각기로 다르고 대충 그렸다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태극의 색깔도 우리가 원래대로 알고 있던 색깔이 아니라 뿌옇게 바래 지거나 다른 색깔로 변조되어 있다
화가는 이 그림을 북을 치는 여인들을 직접적으로 보면서 그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 북을 치는 여인들 중엔 이쪽을 바라보는 자도 있다
필시 그림을 그리는 어떠한 사람을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인들은 그에 연연하지 않는다
나체로 있지만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하는 일, 북을 치면서 춤을 추는 일에 집중할 뿐이다
그러나 화가는 비겁하다. 그들의 주위에선 고요함밖에 느낄 수 없다
그들은 벗고 있지만 그들의 옷은 주위에서 찾을 수 없다. 그들의 발밑에는 푸른 풀들과 어여쁜 꽃들이 어우러져 있고 그들의 뒤쪽에는 원경을 표시하려는지 흐릿한 물들이 보이고 뒷배경은 끝을 알 수 없이 뿌연 안개처럼 휩싸여 있다
너무나도 평화스러운, 마치 이곳이 패러다이스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쩌면 우리 옛 여인들의 천국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가는 그것을 배신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전통을 상징으로 하는 태극 무늬부터 시작하여 거리낌없이 나체도 그려내었다
우리 조선 시대 여인도 모두 단순화시켜서 너무나도 대충 그려낸 것 같다. 온통 균형이 안 맞는 못생긴 얼굴에 자신의 부끄러움도 모르는 채 춤을 추는 그들을 보면 정결을 중요시하는 조선 시대의 여인이라고 보기 힘들다
물론, 이들이 반드시 조선 시대 여인들이어야 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 여인임에는 틀림이 없다
지금은 거의 사라져 가는 고무를 나체인 채로 열정적으로 추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마도 화가는 숨어서 보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