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시와 죽음의 의학적 진단 서평  

최근에는 ‘부검’이라는 말이 크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영상매체나 서적을 통해 접하고 있다. 법의학을 주요 내용으로 하여 만들어진 드라마도 있었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겠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흥미와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검시란 죽음에 대한 조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죽음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위하여 시체 및 그 주변의 현장을 포함하여 종합적으로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법률적 조사와 의학적 검사가 모두 포함되는데, 우리가 주로 알고 있는 부검은 검안과 함께 의학적 검사에 포함된다

이러한 검시제도를 통해 우리는 죽음의 원인을 신속하고 정확히 규명할 수 있다. 검시제도는 억울한 죽음을 당했을 경우 피해자의 인권을 회복시키고 가해자를 색출함으로써 사회 정의를 실현시킬 뿐만 아니라 각종 사고로 인한 사망에서는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여 추가적인 피해를 예방하고 설명할 수 없는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에도 그 원인을 분석하여 다른 사람이 동일하게 사망하는 것을 방지하는 등 국민 복지 실현이라는 현대국가의 책무를 수행하기 위한 국가제도이다

이처럼 우리는 검시제도를 통해 죽은 자의 인권을 회복시킴은 물론 산 사람의 사회와 질서를 바로 잡고 있다. 검시제도야말로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견하고 예방할 수 있는 실마리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 어떤 자료들보다 객관적이고 진실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마지막으로 남은 자신의 육신을 통해 이야기한다

법의학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세상으로 옮기는 통로이고, 이러한 법의학자들의 이야기가 권력이나 재물의 개입 없이 객관적으로 전해지기 위해서는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개선된 검시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에 근거한 나라들은 죽음에 대한 조사를 총괄하는 사람이 수사책임자인 검사가 됨으로써 처음부터 죽음에 대한 조사가 경찰에 신고 되고 곧바로 경찰력으로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살인, 사고사 또는 병사인지 불명확한 죽음에 대한 조사에 있어서는 시체의 의학적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명확한 사인규명 없이 처리되곤 한다

부검을 하지 않고 시체를 처리하는 위험은 법조인들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매일같이 접하는 뉴스에서는 가해자의 꼬임에 속아 피해자의 시체를 이미 화장한 후라는 사건이다

출생과 달리 사망은 여러 사람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그것이 자연사가 아닌 의문사인 경우 그 사망의 원인을 밝히지 못한 채 장례를 치른다면 이는 사자의 명예와 유족의 알 권리에도 심각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간편한 장례행정절차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타살의 의심이 있는 시체를 화장한다면 화장 후 증거조사가 아예 불가능하며, 매장을 하는 경우에도 시일이 흐르면 부패하여 증거조사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변사체가 타살이거나 타살의 의심이 있는 경우 화장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매장의 경우는 방부처리 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곧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는 시신을 가능한 보존하여 공정한 법집행을 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대륙법체계 하에서 죽음에 대한 조사의 책임은 수사 당국의 주체인 검사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시체의 의학적 검사의 결과 판정에 공정성과 독립성의 확보가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부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상당수 행해진다

국과수는 행정안전부 산하기관으로 설치되어 있지만 운영과 감독을 경찰청장이 수행하므로 사실상 경찰로부터 독립되어 있지 못하다. 이처럼 수사기관에 종속된 기관이 검시를 행하는 결과 수사결과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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