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단편소설집 친절한 복희씨 독후감  

박완서는 ‘그 여자네 집’ 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이다. 수능 언어영역 공부할 때 처음 알게 된 작가이고, 그 뒤 ‘그 남자네 집’, ‘호미’, ‘꼴지 에게 보내는 갈채’ 등으로 나에게 친근한 작가였다

그러다 노년생활과목의 독후감 레포트로 ‘친절한 복희씨’와 만남을 갖게 되었다.

우선 박완서의 단편소설집 ‘친절한 복희씨’에는 책 제목에 묘한 복선이 깔려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씨가 결코 친절한 여인네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으며, 작가 박완서가 말하고자 하는 ‘복희씨’도 친절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읽었다

역시 슬프게도 복희씨는 친절하기보다, 한평생을 ‘복수’ ‘살인’ 이 두 단어의 힘으로 살아온 여인이다. 물론 겉으로는 ‘벌레 한 마리 죽이지 못하는 연약한 여인’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정의되어 오긴 했지만 말이다

못 배우고 가난한 시절, 복희씨는 버스 차장이 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안고 서울로 상경한다. 하지만 시장터의 한 부자상인의 집에서 소위 가정부로 일을 시작하다가, 홀로 된 주인남자에게 여러 차례 강간을 당한 후 임신이 되자, 주인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처음 강간을 당하고 난 후 복희씨는 다른 여자들처럼 울거나 좌절하지 않고 살기등등한 눈으로 어디 두고 보자 하는 시선을 쏘아대며 당당하게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여기서 나는 새로운 여성상을 보게 되었다

복희씨는 끈적끈적 뭉쳐 검은 고약처럼 보이는 아편 덩어리를 가지고 있었다. 소량을 먹을 때에는 약이 되지만, 많은 양을 한꺼번에 먹을 때에는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아편 덩어리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자신을 해한 저 주인남자를 죽이고야 만다는 독한 마음이 복희에게 한평생 살아갈 수 있다는 힘을 준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복희는 주인남자가 억지로 남편이 된 이후에도 실제로 음해하려는 어떠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읽으면서 계속 의문이 들었고 나 같았으면 바로 살해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을 해보았다. 자식들을 모두 결혼시켜 내보낸 후, 하숙집을 운영하는 늙은 노부부가 된 이후에도 복희씨는 아편덩어리를 책상 서랍 한 귀퉁이에 잘 모셔둔다

남들이 볼 때에는 남부러울 것 없이 잘 살고 있는 노부부이지만, ‘살인’의 욕구가 부인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름끼치는가. 어쩌면 이것이사람들의 솔직한 심리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어떨 때에는 ‘마음만 먹으면 당신을 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자신을 살게 하는 이유가 된다는 사실을.

친절한 복희씨만큼 충격적인 이야기는 ‘촛불 밝힌 식탁’이다. 책 제목이 따뜻할수록, 내용은 섬뜩하리만큼 충격적이다

이 역시 노부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생을 정리하는 황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작가 박완서는 하고 있다

‘촛불 밝힌 식탁’에서 박완서는 노후의 쓸쓸함은 가진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와는 상관없이 누구나 다 가질 수 있는 것임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교장선생님의 직위에서 은퇴한 한 노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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