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소지향의 일본인 독후감  

그동안 몇 번인가 이 ‘축소지향의 일본인’이란 책의 제목을 들었었다. “한번 읽어봐야지”하면서 게을러서 그런지 막상 읽어볼 기회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일본학개론 서평 책 제목들을 보며 ‘축소지향의 일본인’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나는 별 고민 없이 책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80년대 초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의 관점에서 일본을 ‘축소지향’의 문화를 가진 나라로 묘사함으로서 대단한 화제를 일으켰다.
모두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1장 ‘일본문화의 출발점에서는 지금까지의 일본론이 대부분 서양의 연구가들에 의한 것들로 보고 저자는 영미 중심의 서양 관찰의 문화와 단순한 비교를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즉, 미국에 없는 것을 모두 일본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동북 아시아권의 보편적인 것이 아닌지 판단해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제2장에서는 여러 동사를 들어 일본인의 세계관을 엿보려 하며, 안으로 축소하는 문화가 밖으로 확장하려고 할 때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고 ‘축소지향의 여섯 가지 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분류한 축소의 형태에는 이레꼬형, 쥘부채 형, 아네사마 인형형, 도시락 형, 노우멩 형, 문장형이 있다

이레꼬란, 상자 속에 상자가 있고 그 안에 또 그보다 작은 상자가 들어가는 형식으로「노(の)」의 중복으로 공간을 수축해 가는 시적 이미지가 물건에 반영되어 일본인의 이레꼬 문화가 된다는 것이다. 다꾸보꾸의 시 또한 넓은 세계를 축소시키려는 그 지향성이 직접 언어에 나타난 것이 무엇이든 수축시켜 간 일본인의 의식 구조에서 찾아내야 할 것이다

쥘부채형은 무엇인가를 끌어들여 손에 쥐려고 하는 일본인의 축소지향성이 가장 단순하고 직접적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부채는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것인데 전해지고 나서 그것을 한줌에 쥘 수 있는 형태로 바꾼 것은 놀라운 것 같다

‘고메루(속으로 집어넣다)’의 지향력이 이레꼬 문화를 만든 것처럼 ‘오리다다무(꺾어 접다)’라는 지향력이 쥘부채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상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아네사마 인형형에서 말하는 것은, 몸뚱이와 머리만 있는 인형으로 항상 뒷모습이 앞에 오게 하며, 많은 것을 생략하면서도 뒷머리만은 정교하게 만들어서 강조하는 것이다

이 인형이 보여주는 축소의 양식은 손과 발을 생략하는 그 간결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의 형태를 깎고 또 깎아 단순하게 만들어가는 것처럼 일본어에는 유난히 축소어가 많다

앞 뒤 말을 다 생략하고 ‘도우모’라는 말만 많이 쓰는 것도 그 한 예로 볼 수 있다. 다음의 축소지향 형태로는 도시락형이 있는데 도시락은 밥상을 아주 작은 상자 모양으로 축소시킨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도시락에 나타난 축소 지향의 특색은 도시락이 넓고 큰 밥상을 몇 분의 일로 축소시켜 조그만 그릇 속에 음식물을 담는다는 데 있으므로 이 경우 ‘축소하다’라는 말은 결국 ‘쯔메루(꽉 죄어서 채운다)’는 말이 된다. 일본인은 무엇을 보면 곧 쥘부채와 같이 접어버리거나, 이레꼬처럼 한 곳에 차곡차곡 몰아 넣거나, 아네사마 인형처럼 수족을 떼 내어 단순화하려고 하듯이 퍼져 있는 것을 보면 무엇이든 좁은 곳에 빽빽하게 채워 넣으려 한다

이는 펴져 있는 것들을, 좁은 공간에 치밀하게 밀집시켜 놓는 것으로 공간을 줄인다. 그러므로 이 같은 형태의 축소 지향에서 나는 오늘의 트랜지스터를 비롯하여 수많은 가전제품을 만들어 낸 일본인들의 의식 구조를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노우멩이란 일본 전통 예술인 노(能)에 쓰는 가면인데, 가메에라는 동작으로부터 출발한다. 가마에란 모든 동작, 앞으로 일어나거나 혹은 이미 있었던 모든 움직임을 한 자세로 축소시킨 형태이다

노우멩은 희로애락의 어느 표정에도 통할 수 있는 중간표정으로 이런 표정은 노우멩 같은 얼굴이라는 말이 있듯 무표정한 것처럼 보이나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여러 가지 표정을 고정된 가면 속에 담을 수가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가마에의 표정이다

그러므로 같은 가면이라도 약간 아래로 숙이면 슬픔을 나타내는 표정이 되고 약간 위로 치키면 기쁨의 밝은 표정이 된다. 마지막으로 문장형이 있는데 일본에는 가문에서 중시되는 것이 족보가 아니라, 문장이라고 하고 문장이 그 단체의 상징이 된다고 한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