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와 늑대를 읽고  

아동 문학은 나에겐 조금은 거리감이 있었지만, 첫 작품인 줄리와 늑대는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개와 같은 과인 동물 늑대와 인간 줄리가 교감을 하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애완견이 있었던 나에게 친숙하게 다가왔다. 줄리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사냥을 나가셨다 실종되어 부모님이 아닌 타인에게 양육을 받는다

나는 부모님이 계시긴 하지만 시골에서 자라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도시생활을 해오며 혼자 지내왔다. 내가 가족과 떨어져 살며 느꼈던 느낌처럼 부모님이 가장 큰 존재로 다가오는 어린 시절 그들의 부재가 줄리에게 마음 한구석에 공허감과 불안정을 남겼을 것 같다

거기에 13살이란 어린 나이에 원치 않는 결혼을 치루고, 자신에게 폭력을 일삼는 남편이 주는 그 상처는 얼마나 컸을까? 줄리가 그 억압된 삶과 집에서 나와 펜팔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얼어붙은 툰트라 평원에서 길을 잃었을 때, 줄리는 샌 프란시스코로 가는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마음의 길을 잃은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줄리가 늑대를 만나게 되는 것이 작가가 줄리의 상처를 치유해 주기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등장시켰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애완동물들은 인간의 반려동물이란 말을 많이 한다

인간이 다른 인간과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를 동물들과 교감을 하며 치유하며 살기에 그런 말이 나온 것일 것이다. 그래서 줄리가 늑대를 만나 그 가족의 일원이 되고 인간사회에서 겪어보지 못한 따뜻하고 안정적인 가족생활과 자신을 보듬어주는 대상이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게 하는 동물에 대해 잘 아는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나도 어린 시절 가끔 부모님께서 싸우시면 내심 무서워 키우던 강아지의 집으로 가곤했다. 그럼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하듯 다가와서 날 보듬어주고 핥아주며 그 작은 몸짓으로 날 위로해주곤 했었다

내가 강아지에게서 위로를 받았듯 줄리 또한 늑대들에게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여기서 늑대들은 줄리를 위로하는 존재이면서, 서로 협력하며 사냥을 할 땐 늙고 병든 순록을 사냥하며 자연의 순리를 따르면서 살고 있는 자연 그 자체라는 느낌을 받았다. 대장 늑대 아마록이 인간이 쏜 총에 맞아 죽었을 때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자연을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현대인들의 삶이 함축되어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처음으로 시골집에서 도시 구경을 갔던 날, 나는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던 기억이 난다. 봄이면 우리 집 처마에 둥지를 틀던 제비를 보지 못 한 것이 몇 년째 인지

인간이 책 속에서 총으로 늑대를 죽였듯, 인간은 현실에서 온갖 방법으로 자연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를 보듬고 있는 그 자연을 없앤다면 결국 우리는 어떻게 될까? 이번 일본에 일어났던 지진과 해일을 보며 자연이 이제 우리에게 아프다며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 글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의 원주민 이름인 미약스, 펜팔친구가 붙여준 이름 줄리는 결국 한 사람이듯 전통과 현대가 하나라는 의미로 나에게 다가왔다. 전통과 현대중 하나라도 붕괴한다면 결국 다 무너지게 될 것이다

늑대와 줄리, 자연과 인간 그리고 전통과 현대 이것들은 하나하나 분리된 개체들이 아니라 하나의 고리로 묶인 연결체인 것이다. 이 작품에 대해 듣고 생각하면서 평소 사소하던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의미가 되어 다가오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