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기니스의 소명을 읽고.
어릴 적 나의 꿈은 ‘현모양처’였다.
참 의미도 모른채, 그냥 바르게 잘 자란 여자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찬사, 그 시대 상황의 모든 여자가 동경하는 가장 유의미한 삶?이라 믿으며 그것을 무작정 동경했었다.
‘장래희망’란에도 버젓이 기재(아마 중2정도까지)할 정도였으니 오죽했을까 싶다.
그러나 그건 엄연히 나의 꿈이 아닌, 부모님의 바램이자 자랑이었다. 그러기에 늘 노력하는 삶을 주문하셨다
두 분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난 여전히 불효한 딸이었지만, 이 꿈에 대한 아름다운 동경이 다 사라진 건 아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가정, 그 원형에 근거한 아내와 어머니의 모습 속엔 이와 일맥상통한 부분이 많을거라 생각한다
우린 누구나 나름의 꿈을 안고 살아간다. 아니 자신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하며 간다는 말이 옳겠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이렇게 쉼 없는 ‘자기정의’를 말하게 하는가?.
오스 기니스의 ‘소명’으로 명쾌한 답을 얻길 바랬다.아니 책을 읽는 내내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나의 삶의 고민과 부르심에 대한 생각들이 잘 정립되고 해석되어지길 원했었다.
이 책은 흥미롭게도, 오랜 세월동안 우리의 관심사인 소명의 근원, 그것에 집중한다.
부르심을 받은 자의 입장이 아닌, 우릴 불러내신 하나님의 생각을 역설적으로 되짚어가길 제언하면서.모든 생명의 근원인 창조주 하나님을 재조명하며, 이 땅의 교회된 그리스도인들의 유의미한 자기도전, “내면으로의 부르심‘을 넘어서는 ’세상으로의 부르심‘을 재확인한다.
우리들 곁 한결같은 자리에 예수 그분을 두신 하나님을 우리가 어찌 다 알 수 있겠는가
살아가면서 겨우 하나씩 알아갈 뿐이다.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자리가 바로 하나님을 만나는 곳이 되며, 아프고 찢겨진 나의 가족, 더 나아가 이웃의 상채기를 보듬는 그 일이 바로 나를 향한 주님의 부르심의 계획임을 말이다.온 세상을 향한 주님의 뜻이 다름 아닌 나의 이야기가 되는 일
그렇게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 안에 묶여있으며, 주님의 사랑이 연대되어진 그 세상 가운데 우리가 있음을 아는 것 그것이 바로 소명의 궁극적 정의 아니겠는가.
우리들 삶이 어디서 시작되었으며, 왜 그런 삶의 여정을 걸어야 하는지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자신에게 주어진 맞춤형 소명의 바른 해석일 것이다.
이 책은 거창하게 자기 인생의 밑그림을 그려놓고, 뒷짐지고 잘난 척 교만에 빠지는 인생들을 경계한다. 그러기에 저자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하질 않는다
그저 우리의 삶이 하나님과 세상 앞에 서 있음을 자각하기를 도전할 뿐이다.
한 두해 나이가 들면서 늘어나는 기쁨이 있다.
그건 바로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나를 내가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좀 더 잘 살아야 한다는 억지가 조금씩 내려놓아진다는 사실이다. 온 몸에 힘을 빼고 성령님의 배에 오르는 기쁨 말이다
그러나 결코 그것이 무기력을 의미하진 않는다. 이 책을 읽는 느낌이 예전과는 사뭇 다름은, 책의 저변에 흐르는 저자의 생각을 이젠 ‘아하’ 로 읽어내려 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