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물체가 빛을 가려서 그 물체의 뒷면에 드리워지는 검은 그늘, 즉 평소에 흔히 볼 수 있지만 우리가 생활하면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사전적의미의 그림자 이다.
이 그림자는 낮이나 밤이나 빛만 있으면 언제든지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림자에 대해 생각해보면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다
간단히 생각해보면 그림자는 주로 부정적 이미지에 많이사용된다. 예를 들면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이 절망, 좌절할 때면 항상 그림자가 쓰인다
하지만 반대인 긍정적 부분을 찾으려고 하면 그림자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인지 긍정적인 부분은 쉽게 생각나질 않는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스크린에서만 아니라 평소에도 그림자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은 잘 찾아볼 수 있다. 몇 개월 전 고3때 야자가 끝난 후 12시에 집에 걸어오는 길은 너무 무서웠다
차는 한 대도 다니지 않고 내 발자국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갑자기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불안감에 앞뒤좌우를 계속 살피며 가고 있었는데 어떤 남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납치라도 당하면 어떡하나 온갖 무서운 상상을 하면서 슬쩍 뒤를 돌아봤는데 다행히 사람이아니라 그냥 큰 나무의 그림자였다.
이런 경험처럼 빛이 물체를 여러 각도로 비출 때 각도에 따라 다양한 그림자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때론 사람도 상대방의 한 부분만 보고 성급히 판단하면 충분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나를 포함한 몇몇의 여자들은 다른 사람과 눈만 마주 춰도 부정적인 쪽으로 생각하지만 뭔가 물어보려고 먼저 말을 건네면 바로 얼굴표정이 바뀌면서 친절하게 답해준다. 이렇듯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첫인상이 중요한 것 같지만 그래도 역시 첫인상만 보고 성격을 판단하긴 어려우므로 여러 각도에서 나오는 다양한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나름 중요한 부분인 듯싶다
그림자의 다른 사전적의미를 찾아보면 얼굴에 나타나는 ‘불행ㆍ우울ㆍ근심 따위의 괴로운 감정상태’ 라는 또 다른 뜻을 의미한다. 이것 역시 앞에서 말한 부정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고 특히 소설에서 이런 표현을 많이사용한다
몇 작품만 써보자면 “무엇을 생각하고 궁리하는 것이다. 다만 얼굴에 슬픈 듯 한 그림자가 떠돌기도 하고, 매섭도록 쌀쌀한 빛이 움직이기도 한다
「박종화, 금삼의 피」”, “남경사와 눈길이 마주치자 얼른 피하는 그녀의 눈길 어딘가에 언뜻 희미한 불안의 그림자 같은 게 보였다. 「이문열, 사람의 아들」”, “손님의 얼굴에는 한순간 어두운 그림자가 걸핏 지나갔다
「김동인, 젊은 그들」” 이 세 가지 소설에 나오는 모든 그림자는 역시 어둡고 부정적인 뜻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림자는 ‘어떤 사람이나 대상에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항상 따라다니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의 다른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수많은 부정적인 뜻 중에서 그나마 부정적이지 않은 뜻이지만 그렇다고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