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그늘은 해석하기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 하지만 햇빛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그늘은 진다
여기서 그늘은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를 모두 지니고 있다.
부정적인 의미의 그늘은 어두움을 뜻한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항상 좋은 일만 생기지 않는다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해가 되는 일은 생기는 법이다. 행복이 찾아오면 그 행복에 반비례하여 불행도 반드시 찾아온다
옛 성현들도 그리 말하였다.
사람에게 있어 그늘은 음습한 기운을 뜻한다. 하던 일이 잘못되어 좌절과 절망에 쌓여서 얼굴에 드러날 때에 사람들은 얼굴에 그늘이 진다고 한다
내가 준비하던 시험에 떨어지거나 결과가 맘에 들지 않았을 때, 기다리던 만화가 갑자기 휴재를 할 때 등등 내 얼굴엔 그늘이 진다. 그 그늘은 겉으론 웃고 밝게 보여도 어쩔 수 없이 티가 나는 것이다
한 때 할머니께서 아프셔서 수술을 하게 된 적이 있다. 어릴 때부터 날 많이 예뻐해 주셔서 집도 가까워 1주일에 한번은 찾아뵈던 때였다
그 때 할머니께서 편찮으시다고 하니 당연히 내 얼굴은 좋지 않았고, 밝은 척 해도 숨겨지지 않았다. 병상에 누워계시던 할머니를 보면 눈물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땐 그랬더라도 지금은 건강을 회복하셔 아주 잘 돌아다니신다. 이처럼 밝게 내리쬐는 햇빛을 구름이 잠시가려 그늘이 생겼다 해도 그 구름은 지나간다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내 얼굴에 그늘이 지어져 있다고 해서 그 그늘이 계속되진 않는다. 다시 구름처럼 흘려보내 털어버리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좌절과 절망을 나타내는 그늘은 넓게 만들어질수록 그 사람이 더 힘들다는 것을 나타낼 것이다.
그늘은 햇빛에 지친 사람에게 의지할 곳을 주기도 한다. 난 부정적인 의미의 그늘보다 긍정적인 의미의 그늘이 더 먼저 떠오르는데, 난 어렸을 때 몸이 많이 약했었다
그런 내가 여름에 더위를 먹고 쓰러진 적이 있는데, 그때 학교의 등나무 아래로 옮겨져 그나마 정신을 차린 적이 있다. 다 죽어가는 날 정신 차리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학교 어디에도 있던 나무였다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