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중주 공연을 보고나서
서울 국제 공연 예술제 참가작인 “사중주(quartet)를 드라마센터에서 보았다.
운이 좋게도 내가 본 날에 ”예술가와의 대화“를 할 수 있는 날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관객들이 입장할 때부터 시작이 되어있었다
아니, 어쩌면 관객이 입장하기 전부터 배우들은 계속해서 연기를 해온 듯 했다. 두 배우는 관객들이 입장하는 것을 신경도 쓰지 않고, 식탁 위에서 둘만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슬로베니아 작품이라서 자막 없이는 그들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어 그 둘만의 대화가 너무나 궁금했다.
둘은 아주 허름한 옷에 인위적인 흰 가발을 쓰고 있었고 그들은 기독교인처럼 보였다. 공연은 시작되고 남자배우가 무대 뒤쪽으로가 카세트 데크를 만지면서 시작된다
자막과 함께 배우들의 동작을 봐야했기 때문에 사실 자막을 읽느라 그들의 동작을 잘 관찰하지는 못했다.
아주 빠른 속도의 대사, 어려운 단어들.솔직히 말하면 이해를 못하겠던 대사들이 참 많았다.
두 배우의 성별과 캐릭터는 시도 때도 없이 바뀌었고, 두 배우는 식탁위의 음식을 무대 바닥에 계속해서 집어 던졌다.심지어 남자 배우는 여자배우에게 음식을 던지고, 포도주를 붓고, 침까지 뱉었다.
둘은 사랑하는 연인처럼 보이기도 했고, 또 서로 상처를 주고 싶어 하는 사이 같아 보이기도 했다. 공연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끝났다
나는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공연의 내용이 잘 이해가 안 되었다. 그래서 ”예술가와의 대화“를 듣기위해 자리를 지켰다
연출가인 세바스티안 호벳과 조명담당, 그리고 두 배우가 나와 관객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공연을 봤을 땐 몰랐는데, 이 공연에는 여러 캐릭터들과 그 캐릭터들은 연기하는 두 배우 자신들도 등장한다고 하였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공연에서 기억나는 것이 무대에 음식을 던지거나 여배우에게 음식을 던지는 장면밖에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왜 하필이면 음식이냐?“ 라는 질문을 어떤 관객이 던지자 여배우가 입을 열었다.
”요즘은 음식이 가장 풍부한 시대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배가 고픈 사람이 가장 많은 시대이다
왜 무대에서 음식을 던지는 것엔 충격을 받으면서 세계 곳곳에 배고파 허덕이는 기아들은 생각하지 못하느냐?“ 라는 질문을 오히려 던지기도 하였다.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