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를 보고.
3월 ‘일본 사회와 문화’라는 교양 수업을 시작하고, 교수님이 상세하게
일본 문화원에 한번 가보라고 약도까지 가르쳐 주시면서 추천 해 주셨다.
그래서 친구와 나는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계속 미룰 것 같아 3월 언젠가 일본
문화원을 찾았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문화원의 도서실도 가보고 그곳에서 많은 책들도 보았다.
영화는 문화원 x층 뉴센추리홀에서 2시에 시작하였는데 예전부터 한번 보고자 했던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가 상영되고 있었다.
영화는 우주에 떠다니는 우주선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직접 세트를 만들거나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해야 합니다.하지만 라디오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마이크 앞에서 여기는 우주다라고 말하면 우주가 되고, 댐이 무너졌다
하면 댐이 무너지고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마이크와 대본이 있는
그 곳. 라디오 방송국에서 벌어지는 괴기한 이야기
참 재미있었습니다.
모든 혼란의 원흉인 스타 배우와, 그에 뒤질세라 자존심을 세우던 배우, 애드립의
황제와 한마디 대사에 목숨을 거는 배우, 속성 각본 수정가, 경비 아저씨도 모두다
재미있었습니다.
작가 선생님의 남편은 짜증났습니다만.
평범한 주부가 얼떨결에 응모한 라디오 드라마 극본이 당선되어 드라마화 되는데,
이게 도무지 장난이 아닙니다.이제는 한물 갔으나 아직도 자신이 스타급이라고
착각하는 여배우가 주인공 역할을 맡으며 별 같잖은 심통과 딴지를 부려 이야기
흐름을 바꿔놓는 단초를 제공하더니, 그것을 시작으로 원작은 갈가리 찢기고
흩어지고 무참히 난도질당합니다.제각기 다른 입장을 가진 연기자와 스태프들과 외부 상황에 의해서 말이죠.
자신의 창작품이 타의에 의해 철저히 왜곡되는 현장을 무력하게 바라봐야 하는
작가의 비참한 심정이라니. (어흑!!, 최초의 빌미를 제공한 그 여배우에게 정말 욕이 나오더군요
) 이 작품은 내 것이 아니니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항변하는, 창작권을 지키려는 작가의 절규를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은 심정으로 바라 봤습니다.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