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감상문 우리가 눈발이라면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 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 가에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 살이 되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를 고르는 것을 고민한다. 그치만 적어도 나는 좋아하는 시인에 대해서는 확고하다
‘안도현’이라는 따스한 분. 위 시는 재작년에 고등학교 언어과 문제집에서 처음 본 시이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마냥 공부에 찌들어 있었고, 시’라는 것을 문제 풀이용으로만 공부해왔었다. 하지만 이 시를 배우는 순간 나는 다른 시와는 사뭇 다른 것을 느꼈다
내가 제일 첫째로 느꼈던 것은 안도현씨는 쉬운 소재에서 의미를 발견해 낸다는 점이다. 여러 글을 읽다보면 (모든 시인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쓸 때 현학적으로 쓰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어려운 한자나, 전문적인 용어를 쓰면서 자신의 지식을 뽐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꽤 많기 때문이리라. 극히 개인적인 기준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작가란 평이한 시어, 소재에서 색다른 주제를 도출해 낼 수 있는, 타인과 다른 눈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다
글은 누구나 읽기 쉽게 쓰여야 한다. 물론 여기서의 글은 특정 전문적 글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문학 작품이나 대중이 읽는 글에 해당 된다. 어느 정도의 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읽는 다고 가정했을 때, 이해하기 쉽고 술술 읽힐 수 있지만, 그 곳에서 굉장한 주제와 감동이 전해져야 바야흐로 좋은 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안도현씨는 그 부분에서 나의 마음을 쏙 앗아 갔다고 할 수 있다. 위에 시도 ‘눈’이라는 친근한 소재를 가지고, 주위에 소외된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대하자는 주제를 도출하고 있다
시에서 함박눈과 진눈깨비를 대비시켰는데, 같은 눈인데도 불구하고 흩날리는 진눈깨비와 왠지 포근해 보이는 함박눈을 잘 포착해서 거기에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이 멋있다. ‘안도현‘이라는 작가에게 끌려서 <연어>, <짜장면> 등의 책을 구입해서 읽어 본적이 있다
장편 동화였는데 물론 이 책들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었고 기억에 남았다. 그러나 나는 동화 작가의 안도현‘보다는 시인 ’안도현‘으로서의 그를 더 좋아한다
아마 힘들었지만 꿈 많던 고교시절에 감명 깊게 접한 것이 시였기 때문일 것이다. 또 안도현씨의 시를 좋아하는 두 번째 이유는 그의 시에는 ‘휴머니즘’이 담겨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