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일리치의 죽음  
문학작품과 인간탐구 강의를 들으면서 내 지식의 부족함을 느껴서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집 근처 도서관에서 유명한 문학작품 모음집을 보던 중에 읽게 된 작품 중에 하나가 바로 ‘이반일리치의 죽음’이라는 작품이다.

책을 처음 읽었을 때에는 리얼리즘에 대한 생각 없이 주로 죽음을 맞이했을 때의 삶에 대한 반성이나 회고와 현재 생활에 대한 나의 만족도에 대한 것을 생각하며 읽었다. ‘이반일리치의 죽음’을 다시 읽은 후 정승집 개가 죽으면 사람이 많이 찾지만, 막상 그 정승이 죽으면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말이 떠오르며 화려한 삶의 이면에 감춰진 그들의 쓸쓸함과 외로움도 느껴졌다

비록 그는 높은 지위에 올랐으며 부유했지만, 그가 죽을 때 그의 장례식은 쓸쓸했기 때문이다.

이반일리치가 점차 다가오는 죽음을 느끼며 생각하는, 살아왔던 삶에 대한 회고와 그에 따른 반성은 미래에 내가 겪을 수 있는, 아니 나도 겪게 될 사회의 부조리 속에서 내가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는 죽음에 가까워 가면서 자신이 소년시절에 지니고 있던 순수함과 고상함을 잃고 사회의 부조리에 적응하며 성공해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소년시절이 유일하게 순수한 즐거움을 맛보았던 때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아직은 먼 훗날의 일이겠지만 내가 죽음을 맞이할 때 내 과거를 돌아보며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 어떤 시절을 그리워 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지금이나 소년 때에 지녔던 순수함을 그때까지 유지할 수 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생각 끝에 적어도 살아가면서 매 시간 시간마다 만족하며 현재를 감사히 여기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반일리치가 허리를 살짝 삐끗하면서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고통이 계속되자, 느끼는 초기의 감정은 로고스와 파토스 적인 요소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언젠가 한번 허리가 삐끗하면서 점차 고통이 커졌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 상태가 그리 심각한 것이 아닌 줄 알고 몸을 더 소중히 여겨야겠다고 로고스 적으로 생각했지만, 차라리 더 큰 고통을 한 번에 느끼거나 아예 몸이 계속 아팠으면 좋겠다는 파토스적인 생각도 해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반일리치는 나보다 훨씬 큰 고통을 경험을 했을 것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죽음을 맞이할 때 죽음을
빛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아 죽음을 로고스의 작용으로 부정했던 고통속 삶에서 벗어나 차라리 죽음을 해방으로 여기는 파토스의 작용이 있었다.

이반일리치에게 고통으로 인한 죽음이라는 근원적인 공포가 지속 될 때 그가 느꼈던 동정에 대한 갈망은 보기에 안쓰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통쾌하기도 했다. 물론 동정해주는 사람은 있었지만 환자인 그가 느끼기에 그들은 모두 겉치레만 차리는 가식덩어리 들일 뿐이었다

가족들도 그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이런 부분에서 작가가 보여주고자 한 권력자들의 사회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비판이 잘 드러나 있는 것 같았다

권력자에 속하는 이반일리치를 통해서 자신이 생활하고 안주해 있던 생활을 돌아보게 함으로써 그 모순을 나타낸 것이라서 그가 조금은 불쌍했다. 또 그를 진심으로 동정해 주고 위로해 주는 사람이 하인인 게라심 뿐이었기 때문이다

교사가 되고 싶은 나로서는 게라심 같은 따뜻한 위로를 해주고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고, 옆에 있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반일리치라는 한 인물의 죽음의 과정을 상세히 묘사함으로써 죽음에 대한 인물의 인식과 삶에 대한 회의와 반성, 더 나아가 당시 러시아의 정치사회적 모순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이 작품을 읽고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경험을 가질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