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시 길
-김소월
어제도 하룻밤 나그네 집에
까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였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定州) 곽산(郭山)
차(車)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자(十字)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이 시를 처음 접했던 건 고등학교 수업시간이었다. 그때는 나에게 그냥 수능에서 다뤄지는 다른 여러 시와 차이가 없었다
이후 이 시를 다시 접하게 된 건 다시 수능을 준비하기로 마음먹고 언어영역중 현대시를 공부하기 위한 첫 문제집을 펼치면서이다. 대략 xxx-xxx월경이었는데, 도서관 밖의 날씨는 화창하고, 친구들은 꽃구경가자고 부추기고 있었으며, 마음속에서는 과연 이것이 잘 하고 있는 일인지, 아니면 계속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지 계속해서 갈등이 일고 있었다
과연 공부를 한다고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있을까. 그때 이 시를 공부하게 됐는데, 한 구절 한 구절이 가슴속에 내려 꽂히는 느낌이었다
많지는 않지만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하는 일을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경제적으로 안정을 이루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하루에도 열두 번씩 마음이 바뀌고 있었다. 말 그대로 열십자길 복판에 서서 이 방향으로 가자니 저 방향이 맞는 것 같고, 그렇다고 가던 길을 포기하자니 정말로 후회할 것 같고
그때의 내 상황은 마지막 연의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다는 표현과 어쩌면 그렇게 맞아떨어지는지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후에 김소월의 생애에 대해 알게 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기로 시인은 갈 길이 하나 없다고 여기고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하지만 나는 그때 오히려 이 시를 보면서 진지하게 고민을 했고, 결론을 냈고, 지금 이렇게 내가 선택한 길을 걷고 있다.
과제를 위해 옛기억을 들춰내면서, 다시한번 고민을 하게된다. 과연 내가 옳은 길을 선택하고, 걷고 있는걸까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