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 비평문쓰기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무엇인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부학자들과 연구자들에게 사용되던 인터넷이 1990년대에 들어와서 www(world wide web)가 등장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폭발적으로 보급되었다. 그로인해 현재 정보화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양의 정보가 매일매일 전 세계에 공유되고 있다

인간은 정보통신에 의해 물적 재화를 대체하게 되었고 시간과 거리의 제한을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정보 홍수라는 단어가 등장하듯이 무질서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한 정보의 유통이 오히려 정보에 의해 지배되는 수동적 인간을 창출해내고 있다

또한 현실과 매우 흡사해 더욱 매력적인 가상세계가 등장하면서 인간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공각기동대』의 사이보그들 또한 전뇌화 되어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흡수하게 되는데 이 정보가 곧 사이보그들을 세상에 존재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존재하는 모든 정보는 현실인 동시에 환상”이라는 대사를 통해 우리는 미래의 인간들이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고민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보통 우리는 인간의 개념을 신체와 이성적 정신을 다 갖춘 존재로 본다. 하지만 이와 달리『공각기동대』에서는 미래의 인간의 조건을 신체보다는 자아의 유무에 비중을 두고 있다

영화에서 나오는 ‘고스트’라는 개념은 우리가 말하는 자아와 같은 것으로 어떤 사물이 하나의 생명체로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일부 뇌와 척수 이외에 전신이 기계화된 사이보그 ‘쿠사나기 모토코’도 고스트를 가짐으로써 인간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또한 인형사로 불리는 프로젝트2501도 사실은 한낱 프로그램일 뿐이지만 네트를 통한 정보수집으로 자신의 개성을 획득함으로써 실체는 존재하지 않으나 하나의 생명체로 표현되고 있다. 즉 공각기동대에서 말하는 존재함이란 우리 몸과 같은 실체와는 상관없이 고스트라는 무형의 것만으로도 표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에 공각기동대의 내용이 현실이 됐을 때 인간은 로봇이 자아를 가지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공각기동대와 같이 고스트의 유무에 따라 인간임과 인간이 아님을 판단된다면 아마 인간과 로봇 모두에게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개성이 없는 로봇이 고스트를 가지게 됨으로써 인간이 되면 원래 로봇으로서 갖추고 있는 정보공유의 기능과 더해져 신체적으로도 지능적으로도 완벽한 불사의 인간이 창조되는데 이렇게 ‘인조인간’이 만들어지면 우리가 사용하는 ‘인간’이라는 개념은 쓸모가 없게 된다

더하여 인간의 번식기능 또한 필요가 없게 되며 인간은 탄생보다는 생산되는 존재로 인식되어 진다. 인간과 로봇이 직접적인 관계를 넘어 인간 로봇 과 같이 두 개념이 일치되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스트만 다를 뿐인 자신과 외형이 똑같은 도플갱어들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 살게 되고 겉모습으로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난다. 그 뿐만 아니라 같은 외형을 가지고 사람을 속이는 사기행위 또한 쉽게 할 수 있다

한편으로 공각기동대에서 인형사가 청소부의 기억을 해킹한 것과 같이 네트와 정보를 이용하여 상대방에게 악용하는 사례 또한 발생할 수 있다. 해커로부터 기억이 조작된 상대방은 자신의 현실을 잊고 새롭게 주입된 환상이 거짓인지 모른 채 현실이라 믿으며 살게 된다

이처럼 자신의 자아와 정체성을 한순간에 잃고 다른 자아를 얻어서 살게 되는 것이 과연 인간의 삶으로 봐야하는지도 의심해 봐야한다. 요약하자면 공각기동대에서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자아,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식하는 정체성이 미래에 로봇화된 사회에서 로봇에게 얼마나 허용되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로 미래의 편리성을 목적으로 기계, 기술 개발에만 관심이 치중되어 있는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정체성에 관한 윤리적인 문제도 빼놓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는 급속도로 발전해가는 정보화 사회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가려내어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며 외부의 정보로부터 나만의 개성이 무뎌지는 것이 아닌지 반성해봄으로써 다가오는 미래 사회에 대해 경계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