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두 가족> 글짓기
나에게는 가족이 둘이다.한 가족은 대한민국에, 두 번째 가족은 필리핀에 있다.
필리핀에 있는 가족과는 작년 여름에 봉사가 인연이 되어 만나 나에게는 엄마가 둘이
되었고, 형제가 없던 나에게 그렇게 소원이었던 동생이 둘이나 생겼다.
필리핀의 봉사는 두 번째여서 그 이전 해에 했던 봉사를 토대로 자신 있게 임했다.
그런데 봉사지역인 마닐라 외곽지역의 이 마을은 형편이 지난해의 봉사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더욱 안 좋았다.마을 전체가 지붕이 얽혀 있는 슬럼가여서 한 번 길을 잃
으면 집을 찾기가 힘들고, 식수의 사정도 좋지 않아 목이 말라도 참아야했다.내가 묵
었던 엄마의 집은 사방 벽이 바나나껍질을 엮어 만든 집으로, 지붕도 마찬가지로 하
늘이 훤히 바나나껍질 사이로 보이는 집이었다.방안의 구조를 보면, 바닥은 그냥 흙
바닥이어서 비라도 오는 날이면 영락없이 진흙탕이 된다.나뭇가지 4개를 땅에 박아
세우고 그 위에 두 사람이 누우면 꽉 찰 정도의 면적에 마루가 놓여있다.그 곳이 잠
자리인데 엄마와 나, 두 여동생이 모로 누워 자면 겨우 잘 수 있는 공간이다.바닥에
놓여있는 그릇 몇 개가 부엌살림의 전부이고, 화장실은 공동화장실을 사용한다.물론
두 동생들은 집 앞이 모두 화장실이긴 하였다.
벽과 천정사이에 붙어 있는 도마뱀들이 정겨워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
았다.엄마 집에 유일하게 몇 마리 없는 닭을 아침상에 올리려고 잡으려 했을 때, 나
는 한사코 엄마를 말려 보았다.원래 닭고기를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이곳의 닭은 생
김새 자체가 너무 우스꽝스러웠기 때문에 더욱 먹기가 거북했다.닭들이 모두 키만
삐쭉 크고, 살은 하나도 없으며(하긴 사람 먹을 양식도 부족한 이곳에서 닭들이 배불
리 먹고 살이 찔 리 만무이지만) 색깔은 하나같이 검정색이어서 왠지 내키지가 않았
다.무엇보다도 이곳에서는 닭이 재산이나 다름없어 동생들도 먹어보지 못했을 텐데
나를 위해 잡으려는 엄마 마음만으로도 감사하여 극구 사양하였다.그런데 결국 아침 식사로 그 닭이 나오고 만 것이다.너무 고마워 목울대가 무거워지면서 먹었던 잊
지 못할 아침 정찬이었다.
봉사는 이 지역에 하나뿐인 유치원의 개보수와 마을 어린이들을 위한 영어 학습
지도였다.유치원의 벽을 흰색으로 도장하는 작업이 한창인 한낮의 더위는 가히 살
인적이어서 입 속에서 단내가 날 지경이었다.마을의 이장님이 이 때 쯤이 되면 얼음
덩어리를 하나 어깨에 메고 오신다.얼음이 녹을까봐 쌀겨에 잔뜩 묻힌 얼음을 냇가
에서 쓱쓱 닦아 물통에 담근다.그 때 먹었던 물맛을 세상 어디에서 맛 볼 수 있을까!
봉사를 마치고 떠나기 전 날, 엄마는 나에게 쪽지 편지를 한 장 내밀었다.첫 문장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