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나를 찾다> 글짓기
주말을 이용해 시골에 놀러간 내가 긴 고민에 빠졌던 것은 작은 현수막을 봤을 때
부터였다.나는 자동차 안에서 창문을 열고 속도감 있게 지나가는 풍경들을 보고 있
었다.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오랜만에 가는 가족여행이라 들떠 있었는데, 봄바람도 가
끔씩 내 옷 속으로 들어오며 차를 타고 가니 기분이 좋았다.비포장도로를 지나고 예
약한 펜션에 다다를 무렵이었다.마음 푹 놓고 쉴 수 있겠구나, 생각하는데 은행나무
두 그루에 걸친 현수막 하나가 보였다.멀리서도 보일 수 있게 진한 빨간색 페인트로
써 놓은 글씨였다.작은 현수막 뒤편엔 연초록 잡풀들이 늘어서 있었고 하늘은 제 몸
을 드러내듯 훤히 하늘색을 펼쳐서인지 그 글씨는 더 크게 도드라져 보였다.‘베트남
처녀 팝니다.환불 보장.’ 어떻게 성을 사고파는 광고를 할 수 있냐고 생각이 들기보다
는, 뉴스에서나 듣던 그 광고들이 내 앞에 나타났다는 데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는 곧 펜션에 도착했다.그렇지만 현수막에서 흔들리던 빨간 글자들은 자꾸만 내 머
릿속을 맴돌았다.저 베트남 여자들은 자신의 성이 저렇게 광고된다는 것을 알고 한국
에 올까? 저 여자들을 데려오는 사람은 누굴까? 나는 스스로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
고, 저절로 숙연해졌다.차에서 짐을 나르는 동안 나는 그 생각을 한동안 붙잡고 있었
다.국제결혼이라는 그럴듯한 단어 속에 외면되고 있는 베트남 여성.그 중에는 분명
사랑이 아닌 가족과 집안을 위해 한국에 온 여성들도 있을 것이다.돈 때문에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평생에 한 번 뿐인 결혼을 해야 하는 심정은 어떨까?
‘그 현수막을 본 사람들은 그저 한 순간만 연민을 느끼고 펜션에 놀다가 다시 일상
으로 돌아갔겠지.’
내가 이렇게 생각해봤자 바뀔 일은 없다는 것을 알기에 화가 났다.세상에는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돈 때문에 자신의 평생을 타지에서 힘들게 보낼 수도 있다니, 있어
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밤이 되자 하늘엔 서울에서는 없는 별이 바람처럼 길게 늘어서 있었다.저 먼 베트남에서도 나와 같이 별을 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온 바다를 적시는 별을 보며 다른
나라로 떠나보낸 딸을 생각하는 아버지도 있겠지.그 별은 떠나간 낮은 한숨을 베트
남에 뱉어내고 있을 것이다.
학교로 돌아와서도 그 현수막은 잊혀 지지 않았다.오히려 그것은 내 글 소재가 되
었다.보통 고등학생과 다르게 예고에 간 나는 시를 배우고 있었다.그래서인지 평소
에 내가 봐 두었던 것 중 인상이 강렬한 것은 메모를 해 두는 편인데, 그 때 본 현수막
이 마음에 계속 응어리져 있었던 것이었다.습작 노트에 간단한 메모를 해 나가면서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