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껍질 속 희망> 글짓기
햇볕이 내려쬐는 더운 날씨에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낡은 집들.포장
되지 않은 울퉁불퉁한 길과 흙먼지가 날리는 곳.하지만 기쁨과 희망이 넘쳐나는 곳.
내가 필리핀을 처음 보았을 때의 모습이다.
1학년 겨울방학, 나는 우연히 필리핀에 가게 될 기회가 생겼다.선교와 봉사라는
임무를 가지고 가는 것이었지만 나에게는 이것이 처음으로 하는 해외여행인 셈이었
다.그래서 나는 기대와 흥분으로 들떠 있었다.그런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비행기안
에서 우연히 우리나라에 와서 돈을 벌다가 4년 만에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려는 필리
핀 사람과 같은 자리에 앉게 되었다.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였
던 갈색 머리에 크고 까만 눈동자 그리고 갈색피부를 가진 그의 이름은 ‘레이코’였다.
필리핀에 가는 3시간 동안 나는 레이코와 이야기를 나누었다.이야기를 나누면서 레
이코에게서 필리핀은 특히 바다가 제일 아름답다며 필리핀에 가면 바다를 꼭 가보아
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내가 바다를 좋아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바다를 가졌다는 말
을 듣게 되자 내 마음은 바람 불어넣은 풍선처럼 더욱 솟아올랐다.
그렇게 기대를 했는데 도착하였을 때는 솔직히 좀 실망스러웠다.눈앞에 보이는 풍
경이라고는 포장도 되어 있지 않은 울퉁불퉁한 길과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먼지들뿐
이었다.더운 날씨와 함께 포장이 안 된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면서 계속 흔들리니까
짜증도 났었다.그렇게 힘들게 도착을 했는데 그곳에서 나는 정말 놀랐다.필리핀하
면 우리나라에서 관광도 많이 다니고 해서 관광지로서 수입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
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환경이 열악한지는 몰랐다.주변에 있는 시설들이라고는 너무
나도 낡아서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멀리 날아갈 것만 같았다.선교와 봉사로 오긴
했지만 기대와 환상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그곳 사람들은 끼니도 제대
로 챙겨 먹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우리나라에서는 웬만해서 먹지 않는 생선 머리
와 꼬리를 튀겨 먹고, 식수마저도 깨끗한 물이 없어서 더러운 물을 받아먹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다시 한 번 놀라게 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하며 행복해 한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정도의 공간, 채 1평이 안 되는 작은 집, 비가 오면 그
대로 줄줄 새는 집, 그 작은 공간 아래로는 냄새가 지독한 하숫물이 고여 있었다.나로
서는 이런 공간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그러나 이곳에는
12살, 8살, 5살 난 아이들과 그들의 엄마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걸 보게 되었다.그리
고 그들의 엄마에게 잠깐이나마 말벗이 되어주고 싶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