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 수 있다는 건 이미 축복입니다!> 글짓기
얼마 전 우리 가족은 아주 오랜만에 가족사진을 새로 찍었다.그동안 거실 한편에
자리잡고 있었던 예전의 가족사진이 너무 오래 된데다가 아빠의 해외지사 파견근무
를 앞두고 당분간 아빠랑 같이사진을 찍을 수 없기에 아빠의 빈자리를 사진으로라도
채우고 싶어 바꾸기로 한 것이다.
새로운 사진을 거실에 다는 날, 한층 성숙해진 나와 동생들의 모습과는 달리 엄마
아빠는 예전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더 푸근하고 부드러운 인상에
연륜이 묻어있는 것 같아 그런대로 보기 좋았다.엄마는 사진을 걸기가 바쁘게 그동
안 화장대 상판 유리에 끼워두었던 한 장의 사진을 조심스럽게 꺼내와 우리 가족사진
액자 한 모서리에 살짝 올려놓으셨다.
비록 같이 포즈를 취하지는 못하였지만 우리 가족 사진에 당당히 얼굴을 올린 새
주인공은 아프리카 우간다에 사는 리웬리라는 아이로 작년에 우리 가족 품으로 들어
왔다.활짝 웃고는 있지만 깡마른 앙상한 체격에 배는 볼록 튀어나온, 책이나 텔레비
전에서 늘 봐왔던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오늘도 힘든 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을 거
라고 미루어 짐작은 해 보지만, 나를 비롯해 우리 가족은 실제 얼굴을 본적도, 목소
리를 들어 본적도 없다.
작년 초, 엄마는 월드비전에 한 달에 한번 2만원씩 한 계좌씩만 후원을 하면 가난
한 나라의 한 어린이가 굶지 않고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후원하기 시작
하셨다.
그러고 나서 몇 개월 후 엄마가 후원하게 될 아이의 사진과 아이에 대한 간단한 소
개서가 배달되었는데 엄마는 봉투를 여는 순간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가슴이 뭉클
해지셨다고 하셨다.
엄마는 자신이 돕고 있다는 아이를 직접 사진으로 보니까 이제야 진짜 실감이 나
고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고 하셨다.중간에 그만두면 이제는 정말 큰일이라며 각오도 더 단단히 하시는 것 같았다.
새로 생긴 동생 리웬리는 9살이지만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른단다.학교에 가
는 대신에 자신이 고물을 모으지 않으면 8명의 가족이 먹고 살 수가 없어 하루 종일
쓰레기통을 뒤지고 틈틈이 시장에서 잔심부름을 돕고 있다고 했다.이제 우리의 작
은 도움으로 지구촌의 어느 한 아이가 희망을 꿈 꿀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나도 묘한 감
동으로 다가왔다.
엄마는 가끔 우리가 식탁에서 반찬투정을 할 때 마다 꼭 이렇게 한마디씩 하시곤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