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for self> 글짓기
벌써 3년 전의 일이다.가족들과 함께 동남아 여행을 떠난 나는 싱가포르에서 인
도네시아로 가는 페리호를 탔다.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바탐섬에 도착했다.
“아빠 까바르(apa kabar).”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인도네시아 인사말은 왠지 낯설지 않았다.그렇지만 그곳에서
의 이틀은 나에게 크나 큰 변화를 가져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주둔하며 새롭게 만들어졌다는 바탐섬의 나고야
시내는 ‘그때를 기억하십니까?’를 연상하듯 가끔 텔레비전을 통해 보았던 우리나라
1960년대 수준이었다.허름한 가옥들, 지저분한 거리, 그리고 그늘에 축 늘어져 있
는 의욕 없는 사람들.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우리가 탄 버스가 도착하기만 하면 벌떼
처럼 모여드는 아이들이었다.
“천 원? 천 원?”
금방이라도 때 구정물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낡은 옷, 눈물이 수돗물처럼 펑펑 쏟
아질 듯한 표정, 절대 놓칠 수 없다며 매달리는 가녀린 손길들.바로 그 아이들은 우리
에게 채 익지도 않은 바나나를 팔기 위해 모여든 것이다.그런데 그 천 원이면 아이들
가족들의 하루 식사가 해결된단다.‘저렇게 살고 있는 아이들도 있구나.’ 나는 내가 사
랑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어렸을 때 저렇게 살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우리나라에도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까! 우리에게도 그때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었으니까!
여행을 마치고 중학교에 입학한 나는 한동안 그 기억에서 헤어나질 못했다.그 무
렵 내가 얻은 두 가지의 정보는 나에겐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다.하나는 유엔 아동 기
금 2005년 세계 어린이 실태 조사에 관한 기사였다.아빠와 나는 거기에 나온 숫자를
이해하기 쉽게 다시 정리해 보았다.
“이 지구상에 100명의 어린이가 태어난다면, 98명은 세상을 살지만 2명은 몸이 약해 세상에 나오자마자 죽습니다.
60명은 먹을 것이 있고 20명은 죽지 않을 만큼 먹고
20명은 먹지 못해 죽어갑니다.또 70명은 허름한 집이라도 있지만 30명은 거리에서
살아갑니다.80명은 빗물을 받아서라도 마실 물이 있지만 20명은 마실 물조차 없습
니다.85명은 아프면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15명은 죽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90명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