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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종소리 글짓기
“자, 다음 페이지를 보면,” 반 아이들의 원성소리가 빗발친다. 짧은 한숨을 내쉬고 나는 교실 문을 나설 뿐이다
이번 시간 예정 진도는 아직 3페이지나 남았는데도, 등 떠밀려서, 마치 쫓겨나듯이. 오늘 점심은 어떻게 해결할까 따위의 생각하며 교무실로 향했다
거무튀튀한 가죽 의자를 빼며 앉으려 하자, 옆 자리의 이 선생은 언제나처럼 미소 띤 얼굴로 내게 말을 건넨다. “김 선생님, 식사하셔야죠
” 내가 그와 함께 밥을 먹은 것이, 모임을 제외하고 한 번이나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네, 이 선생님은 식사하셨나요?” “아, 아직 식전인데 선약이 있어서
” “네, 뭐 그러시겠죠. 그럼
” 난 아이들이 바글대는 급식실로 향했다. 교무실엔 대부분 선생들이 앉아 있는데, 밥은 어디서 먹는지 조사해봐야겠다
나는 4인용 식탁 하나를 혼자 차지(굳이 차지하려던 뜻은 없었으나)하고 식사를 했다. 급식실엔 식탁이 없어 서성이는 학생들이 교무실의 선생님들처럼 많았다
매일 급식시간이 가장 즐거웁고, 퇴근시간은 항상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더라. 마치 군 생활을 할 적처럼, 하루가 일 년 같은? 겨울날 교무실은 보일러가 데워준 공기가 따숩기만 하다
나는 이 따스한 교무실에 안녕을 흩뿌리고 교문을 나설 뿐이다. 교문 밖은, 겨우 몇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출근할 때 보던 모습과는 완연히 다른 모습을 뻐드시 드러내고 있었다
도시는 낮에서 밤으로 매일을, 아주 천연덕스럽게 변태하곤 했다. ‘도시’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나는 띵동댕 종이 울리면 수업을 들어가고 종이 울리면 교실에서 쫓겨나고 종이 울리면 빠글대는 급식실에서 허겁지겁 밥을 먹고 집에서조차 따르르 종이 울리면 출근을 했다. 버스로 15분을 달리면 닿는 내 집은 내일빌라 002호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분명 지하 방인데 집 주인이 창문이 도로 위로 즉 지상으로 나 있으니 반 지하라고 하는 것이라며 월세를 꽤나 높은 값으로 불렀었다. ) 퇴근할 적마다 마주치는 우편함을 대하는 기분은 일주일 째 똥을 못 싼 것 같은 그 것이다
(여자들이 더 쉽게 공감할는지는 모르겠다. ) 오늘도, 일본에서 편지는 오지 않았다
하루 종일을 학교에서 시달렸으나 집에 들어오면 피로감 따위는 저 멀리 사라지곤 한다. 방에 마늘이 가득 있어 붙어 있던 잡귀가 도망가는 느낌이랄까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