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을 찾기 위한 기행문
시인을 찾기 위한 기행이라는 것은 특별한 맛이다. 시인이 살았던 곳을 돌아보고, 시인이 시적영감을 받은 곳은 어디였는지를 찾아볼 수 있다
단순히 가보는 것이 아니라 그 시인에 대해서 생각하고 한 번 더 시를 음미해 보는 것이다. 이번 여행은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이었다
숙제를 위해 간 기행이라기보다 길을 찾아 떠나는 소풍 같은 느낌이었다. 그동안 일상에 치여서 가보지 못했던 곳을 가보고, 가봤던 곳이라도 새로운 의미로 그곳을 찾아가보니 새롭고, 즐거웠다
그럼 이제부터 신석정시인을 찾아 부안으로 떠나보자.
부안으로 향하는 25번국도 주변에는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다. 그곳은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김제평야이다
논밭은 5월의 푸르름이 느껴지기 보다는 다른 곡식의 성숙함이 느껴졌다. 누렇게 되어버린 들판을 보고 조금은 놀랐다
분명 벼가 아님을 알고 있으면서도 왜 봄의 색을 볼 수 없는지 의아해 했다. 얼마 만에 보는 논인지 모르겠다
도시의 삭막함에 둘러싸여 자연은 둘러볼 새도 없었다. 그저 사람들이 아름다움만을 위해 심어놓은 인위적인 꽃들을 바라보며 봄의 향기를 맡고 있다고 생각했다
길가에는 평야뿐만이 아니라 간간히 낮은 산들도 있었다. 드넓은 평야는 우리에게 한가로움과 여유로움을 주었다
빌딩 속에 갇혀 사는 우리에게 잠시나마 휴식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도로를 계속 달리다가 동진강 하구 휴게실에서 내렸다
휴게실에서 좁다란 길을 따라가면 폐선 한 척이 있다. 낡을 대로 낡아서 세월의 흐름을 한 눈에 보여주고, 손만 대면 부서져 버렸다
오랜 시간 동안 그곳에 방치되어 있는 것을 보니, 한용운시인의 나룻배와 행인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은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행인을 기다리는 나룻배처럼 그렇게 누군가를 기다리며 내가가 온 것을 반겨주었다. 그 곳에서 불던 시원한 바람마저도 나에게 반갑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