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영화, 나를 홀리다   영화 비르와 자라 감상문  

어느새 시작 된 새학기 그리고 또 어느새 다가온 중간고사의 압박 속에서 마음만은 힘든 한때를 보내고 있던 4월의 어느 날. 덥다고 불평은 고사하고 찬연하기 이를 데 없는 햇살을 원망해야 할 만큼 맑은 날씨 속에서도 나는 이맘때쯤 찾아오는 지병과 같은 무료함과 압박감, 괜한 따분함 속에서 발버둥치고 있다

그런 나에게 이런 무료함과 괜한 압박감을 거뜬히 물리칠만한 기회가 찾아온다. 벌써 일곱 번째를 맞이하는 전주국제영화제가 바로 그것이다

여타 미술, 음악 등등에 대하여 잘 알지는 못하지만 늘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나여서 전주에서 열리는 이러한 영화제가 반갑지 아니할 리 없었다. 중간고사의 압박 따윈 뒤로 하고 곧장 컴퓨터 앞에 앉아 영화제 기간에 상영되는 영화들을 나름대로 꼼꼼하게 검색해보고 살펴보기 시작했다

일반 영화관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영화가 아니라 이렇게 영화제 기간에 상영되는 여러 각국의 다양한 영화들은 보통 상업적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예술영화 또는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라고 생각되게 마련이다.나도 역시 이런 선입견을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터라 최대한 그 선입견을 깨고 상영 시간 내내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수 있을만한 영화를 고르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100편이 넘는 영화들 중에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인도영화 『비르와 자라』였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만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에게는 아주 흥미진진할 것이고, 2004년에 개봉된 비교적 최근작이며 인도에서도 일반 관객들에게 대단히 인기가 있었던 영화라고 소개되어 있어서 더욱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영화에 대해 빠삭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도영화에는 특히나 무지했던 터라 몇 번의 검색을 통해 인도영화에 대해 대략적인 것을 알아보고 떠나기로 했다. 인도영화를 지칭하는 용어로 발리우드(bollywood)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는 북미 영화산업에 할리우드가 있듯이 인도 영화산업에는 봄베이(현재의 뭄바이)가 있다는 뜻으로 봄베이와 할리우드를 합성시켜 만든 단어란다

인도영화는 의외로 영화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나 점유율이 상당했고 국내에도 많은 마니아들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나만 몰랐던 모양이다.

인터넷으로 단숨에 예매를 하고 영화를 보러 가는 그 날까지 두근두근 기다렸다. 작년에는 그저 연예인들이 많이 오는 개막식과 폐막식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무언가 새롭고 재미있을 것 같은 영화를 보게 된다니 설레는 마음 어찌하랴

내일이 폐막식인데도 고사동 영화의 거리는 사람들로 시끌시끌했고 생각보다 볼거리도 많았으며 활기 그 자체였다. 그리 길지 않아 아쉬운 영화의 거리를 걸으며 이것저것 구경을 하고 비장한(?) 마음으로 물을 한 병 사들고 아카데미 홀로 들어섰다


장장 192분에 달하는 이 영화를 단 한 장면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마음도 몸도 단단히 부여잡고 자리에 앉았다. 줄거리는 의외도 단순했다

‘인도인이면서 파일럿이었던 남자 주인공 비르와 파키스탄인으로 여자주인공인 자라의 사랑이야기’라고 한다면 너무나 짧은 요약일까? 더 짧게, 한 단어로 이 영화를 표현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수많은 단어들 가운데에서 ‘매력’을 꼽겠다. 어찌나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지 부동자세로 영화를 지켜보는 탓에 영화가 끝날 때는 꼬리뼈부터 척추까지 얼얼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화려한 화면과 카메라워크, 또한 그 안에서 펼쳐지는 안무에 집중하고 있노라면 언제 시간이 흘러갔나 싶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영화 아니 한 편의 뮤지컬을 본 듯한 이런 느낌은 인도 영화에 대해 조금 공부를 해가지 않았다면 정말 당황할 뻔 했다

모든 발리우드 영화는 오리지널 노래의 녹음으로 구성된 뮤지컬이고, 발리우드 영화에서 노래란 대사의 감정 선이기 때문에 관객의 감정적 몰입을 극대화시킨다고 알려져 있다고 했다. 정말이었다

귀로는 노래가, 눈으로는 화려한 의상을 입고 추는 춤이 온통 날 자극하고 있어서 192분 내내 나는 그야말로 영화에 ‘홀린’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