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밥상> 글짓기
따사로운 봄 햇살 아래, 작업복 차림의 한 소녀가 밭에 쭈그리고 앉아있다.두 손
가득 흙을 퍼내어 훑어보고는 냄새를 맡는가 싶더니,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도로
버린다.“에휴 올해도 흉작이겠어.”
이 마을의 논밭들은 다들 하나같이 흙에서 이유모를 고약한 냄새가 나며 색깔이
이상하다.그 때문인지, 매년 농사를 지으면 악취가 나는 바람에 상품가치가 없어
진 수확물들을 두고 마을주민들도 골치를 앓고 있는 실정이었다.이러기를 3년째
이다.이팔청춘인 소녀는 서울에서 살다 9살의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
지와 6살 아래의 남동생과 함께 귀농하기로 결정하여 지금은 마을 이장인 할아버
지 댁에 함께 살고 있다.
올해도 농사가 실패할거라는 근심에 소녀는 풀이 잔뜩 죽은 어깨로 터벅터벅 집
으로 돌아가고 있었다.그런데 어디선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귀를 쫑긋 세운 채
듣고 있으려니, 아니나 다를까, 또‘한아들’과‘외아들’이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요즘 농촌 사회의 풍경처럼 이 마을에도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였다.‘한아들’이란 한국의 아이들, ‘외아들’이란 외국의 아이들을 뜻하는 말
로써, 3년 째 순수 한국인 아이들이 멋대로 붙여 부르는 호칭이다.‘한아들’은 심
심하면‘외아들’을 놀려대며 괴롭혔다.이에‘외아들’은 서로 한데 꽁꽁 뭉쳐 다니
며 방어하는 한 편, ‘한아들’에게 보복심으로 심한 장난을 치기도 하였다.언젠가
는‘한아들’의 대장격인 마을 이장의 손자를 강물에 떠밀었다.마침 지나가던 동네 아저씨 한 분이 구해주셔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 일 날 뻔하였다.그 이후로
‘한아들’은 더욱 더‘외아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왜들 그렇게‘외아들’을 싫어
하냐고 누군가 물어보면, “아, 쟤들은 생김새도 이상하고 피부색도 우리랑 다르잖
아요.그리고 쟤들 엄마들은 알아들을 수도 없는 이상한 말이나 하면서 머리 아프
게 쫑알쫑알 거리는데 진짜 짜증나요.”
소리의 진원지로 다가간 소녀는 싸움의 중심터에 우뚝 서서 목청껏‘외아들’에
게 욕지거리를 뱉고 있는 남동생의 목소리를 들으며 한숨을 쉬었다.그리고는 지
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검지손가락으로 짓누른 채 아이들에게 다가가 평상시처럼
싸움을 중재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또 왜들 그렇게 싸우는 거니?”힘이 쏙 빠진 목소리로 소녀가 물었다.
“아 글쎄, 요즘 우리 마을의 논밭 상황이 말이 아니잖아? 그게 다 저 녀석들 때문이
야.쟤들 똥이 섞인 거름을 뿌린 뒤부터 저 지경이라고.하여간 저놈의‘외아들’,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