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모독 연극 감상문
도발적이다. 관객을 모독하다니
일개 연극주제에.
내가 관객모독이라는 타이틀을 처음 본 후 가진 생각이다. 도대체 어떻게 연극이 관객을 모독한다는 것인가? 그 생각은 3~4년 전 처음으로 이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 한번 보고싶다 ’ 라는 생각을 가진 후 몇 년 동안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방학숙제도 할 겸 보기로 결심했다.
친구를 데리고 대학로지 가서 2시간 동안 줄을 서고, 없는 돈을 써가면서 시간을 죽이며 기다리고, 82번으로 입장해서 맨 앞줄에 앉고 나와 내 친구는 관객모독에 하루 온 종일을 바쳐 희생한 셈인데, 재미없으면 어떡하지란 생각도 들고, 공연예정시간이 8분이 지나도록 시작을 안해서 그 불안함이 점점 커질때 쯤.
조명이 모두 꺼지고 깜깜한 밤 같은 소극장 안. 또각또각 구두소리가 울리며 무대 쪽에서 두런두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스런 욕은 아니지만 시작하자마자 우리를 조롱하는 언어들이 내 앞에 툭툭 던져졌다. 구두소리는 내 코 앞까지 바로 다가와, 맨 앞줄의 나와 친구는 무서워 손을 꼭 잡기까지 했다
조명이 켜지고 3명의 남자와 1명의 여자가 깔끔한 블랙과 화이트의 정장차림으로 무대에섰다.
“ 지금부터 관객모독을 시작하겠습니다!”
경쾌한 인사를 마치고, 배우들은 관객모독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변증론법적인 형식의 언어연극으로써, 기존 연극의 가면을 깨고 진정한 연극의 의미를 알려준다고.또한 이 연극은 관객이 주인공이며, 배우들은 배우 자신까지는 연기하지 않고 자신들이 설명하는 모든 것은 작가의 생각이고, 끝으로 우리는 같은 공간 같은 현실 속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설명을.
그들은 끊임없이 말을 이어받으며 관객모독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것은 보는 사람마저 숨이 차게 하는 급박한 호흡 대 호흡이어서 ‘연습 진짜 많이 했겠다’ 라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그들은 빠른 말투와 일본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세계 각 언어들과 수화까지 곁들여 동시에 말을 하는등 언어연극이라기 보다는 ‘스피드퀴즈’를 연상시키는 말투로 연극을 해 나갔는데 너무 빨라 이해하기 어려워 슬슬 지겨워 질 때쯤 그들은 연극을 멈췄다.
(실제로 난 4명의 배우의 말을 모두 이해하려 애써서, 내 뇌에 손이 달려 그들의 말들을 주워담으며 이해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자.여러분 모두 일어나 보세요.자자, 일어나 보세요”
한 배우가 우릴 일으켰고, 우리들은 망설이며 주섬주섬 일어났다. 그는 미운사람을 생각하고 크게 욕을 해보라고 제안했다
당연히-몇몇 사람들만 중얼거릴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색해 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