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을 위한 고전윤리학<글짓기>  

‘양성평등은 필요한가?’ 대부분의 사람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고민도 없이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양성평등이 필요한가? 이 역시 쉬워 보이는 질문이지만 구체적으로 타당한 이유를 대기란 쉽지 않다

양성평등의 당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남성우월주의 등의 성차별적 의식을 뿌리 뽑기 위해, 우리는 왜 양성평등이 필요한지에 대한 이유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적절한 명분도 없이사람들의 의식변화만을 요구하는 것은 억압과 강제를 통한 특정 이데올로기의 세뇌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는 타당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실효성도 없다

나는 이러한 양성평등 본질 그 자체에 대한 질문의 답을 윤리학의 큰 두 축인 ‘목적론적 윤리’와 ‘의무론적 윤리’에서 찾고자 한다.

칸트로 대변되는 의무론적 윤리에서 특정 행위나 사상의 옳고 그름을 따질 때 고려할 것은 오직 ‘그것이 옳은 행위인가, 틀린 행위인가?’의 문제뿐이다. 따라서 양성평등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하게 그것이 윤리적으로 옳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하자면, 의무론의 입장에서는 여자든 남자든 모두 내재적으로 동등한 존엄성을 가지고 있고 그에 맞는 존중을 양성 모두 받아야 하므로 양성평등이 마땅히 옳으며 따라서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설명은 인간의 내재적 가치를 존중하며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양성평등의 당위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만약 남성우월주의자가 ‘남성은 내재적으로 여성보다 우월하며 따라서 남녀차별은 정당하다’라는 주장을 펼치면 어떻게 반박해야 할까? 의무론의 입장에서는 ‘양성은 평등하니까’라는 원론적인 주장을 다시 펼치는 수밖에 없다.이것이 바로 의무론의 입장에서 양성평등을 정당화하는 것의 한계다.

저러한 주장에 대한 반박은 ‘목적론적 윤리’에서 찾을 수 있다. 공리주의로 대변되는 목적론적 윤리에서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은 ‘결과’, 즉 ‘사회적 유용성’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우리 사회에 많은 이점을 가져다준다. 정말 단순하게는 더 많은 노동인구를 확보할 수 있고, 두 배 더 많은 지능을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여성은 남성에 비해 배려나 공감 능력이 평균적으로 우수하다. 이러한 여성들의 능력은 서비스업이 주류를 이루는 21세기 산업계에서 꼭 필요한 능력이고 남성들의 능력을 보완해 줄 수 있다

이는 현재 남성들이 안고 있는 과도한 책임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이러한 큰 사회적 유용성을 가진 여성의 사회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필요충분조건이 양성 평등이므로 목적론의 입장에서 양성 평등은 옳은 것이다

이는 원론의 차원을 넘어 유용성의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기에 앞서 언급한 남성우월주의의 주장에 대한 좋은 반박이 된다.

하지만 목적론적 설명 역시 몇몇 맹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양성의 내재적 존엄성이 도외시 된 채 실용성만 인간의 가치에 대한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양성차별이 더 큰 유용성을 가져오는 예외적 상황의 경우 양성평등의 당위성을 보장하기 힘들다. 남성의 육체적 능력이 크게 요구되는 전시에 여성의 권익이 상대적으로 침해 받는 것이 그 예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