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볶음밥<글짓기>
학교다 학원이다, 절인 배추처럼 축 쳐져서 집에 들어가면 반가운 냄새가 나를 기다릴 때가 있다. 고소하면서도 매콤함이 감돌지만 말로는 딱 표현하기 힘든 느낌인데, 그럴 때면 항상 식탁엔 따끈따끈한 볶음밥이 올려져 있기 마련이다
글쎄, 재료라면 그 날의 냉장고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데,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진 두부가 들어가거나 비엔나소시지 혹은 전날 먹고 남은 불고기도 발견할 수 있다. 때때로 불고기 소스나 토마토 스파게티 양념도 섞여 들어간다
조리법도 그때그때 달라진다. 그릴에 고슬고슬하게 볶거나 누룽지처럼 눌려주기도 하고, 리조또처럼 국물이 흥건할 때도 있다
하지만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든지 아빠만의 특유한 맛이 베어난다. 엄마도, 할머니도 따라할 수 없는 최고의 맛
아빠의 볶음밥은 6년 간 내 초등학교 소풍 도시락이었고 내 친구들까지도 사랑해 주는 인기 메뉴다. 아빠의 정성 한 움큼이 들어간 특별 메뉴, 아빠의 볶음밥
우리 집은 가정적인 아빠와 적극적인 엄마가 함께 집안일을 한다. 완전히 똑같은 양이라고는 할 수 없을 테지만 그래도 다른 가족보다 가사분담이 공평하고 아빠도 여러 가지 집안일을 하는 편이다
엄마는 강단이 확실해서 중요한 일이 있을 때 현명한 결정을 내리신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엄마의 선택은 우리 가족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지침이 된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랄까? 거역할 수 없는 힘마저 느껴지는데 매사에 완벽한 엄마는 항상 존경스럽다. 대신 아빠는 따뜻하고 너그럽다
엄마와 내가 신경 쓰지 못했던 세심한 부분까지 챙겨주시기도 한다. 청소며 설거지며 집안일도 뚝딱뚝딱 해치우신다
언제나 가족을 위하는 자상한 모습이다.
아빠와 엄마는 가끔은 다투시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친절하고 언제나 상대를 존중하려 노력하신다. 내 미래의 모습이었으면 하고 바랄만큼 보기 좋은 모습이다
때로는 딸인 내가 질투하기도 하지만 다정한 엄마와 아빠를 볼 때면 항상 기분이 좋다.
그러나 사회적 양성평등을 위해서도 기나긴 노력의 역사가 있었듯이 우리 집의 자연스러운 가사분담도 원래부터 당연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엄마는 철저히 반반의 가사분담을 원하셨고 아빠는 기본적으로 가사는 여자의 몫이라고 생각하셨다
그래서 신혼초기에는 이 문제로 인해 다툼도 있고 어려움도 있었다고 한다. 냉장고에 역할분담표가 붙기도 하고 역할분담을 위한 각서도 있었다니 �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