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끈을 묶는 것부터> 글짓기
5년 전,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휑하게 열린 신발장이 눈에 들어왔다.거실로 들어오자
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신문지 위에 줄지어져 있던 여러 신발들.거실에 있던 신발들은 이
제작아져서 신을 수 없거나, 사 놓고도 신지 않는, 우리 가족에게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그저 그런 신발들이었다.아마 없어져도 원래 없었던 것 마냥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볼품없어 보이는 신문지 위에 올려져있는 신발들 옆에 엄마는 앉아 계셨다.그리고
그 작아지거나, 헤진 신발들을 하나씩 일일이 정리하고 계셨다.나는 거기에 의문을 가졌
다.평소처럼 한데 모아 헌옷 수거함에 버리는 대신, 신발 두 짝의 신발 끈을 묶어 놓고
계시는 엄마의 행동에.
엄마, 갑자기 이건 왜 정리하는 거야?
엄마 탁구장에 아는 분이 안 신는 신발을 기부할 곳이 있다고 하셔서 정리하는 거야.어차피 안 신는 신발들이지?
그 말을 하면서 엄마는 내 신발들 중 하나를 흔들어 보이셨다.역시 언제 신었던 건
지 모를 정도로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기억에서 지워져버린 분홍색의 작은 운동화
였다.엄마는 말을 마치고는 다시 신발 끈을 묶기 시작하셨다.바지런히 신발들을 묶던
엄마를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던 5년 전의 나는 내 방에 가방을 두고 나와 옆에서 엄마가
신발 끈을 묶는 것을 도왔다.버려질 신발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저 신
기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가장 처음의, 나눔에 대한 기억이
었다.
가장 처음 접했던 나눔.지금은 또렷하게 떠올려지는 그 순간은 분명히 내 처음 중
하나였다.그러나 나는 최초의 나눔의 기억을 다른 처음들과는 달리 쉽게 잊어버리고 말
았다.그 처음을 잃은 줄도 모를 정도로 꽤나 자연스럽게 말이다.그렇게 하나의 처음이
어쩌면 조금 허무하게 지나가 버렸다.그러나 나에게 1년 뒤, 또 다른 나눔이 찾아왔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신발 끈에 대해 까맣게 잊어버린 채 살던 어느 여름.여느 날처럼 나는 차를 타고 논술학원으로 향했다.새까만 아스팔트가 어쩐지 꼬부랑하게 보이던
더운 날이었다.선생님께서는 더위에 벌써 지쳐버린 우리들을 위해 음료수를 한 캔씩 사
주셨고, 시원한 캔에 볼을 맞대며 더위를 조금씩 잊어 갈 무렵이었다.다 마신 음료수 캔
을 선생님께 건넸는데, 선생님께서는 캔을 바로 버리시지 않고 음료수 캔의 뚜껑 부분을
하나하나 떼고 계셨다.나는 그 순간에, 1년 전에 엄마가 묶던 신발 끈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던 것처럼 선생님께서 대체 그걸로 무엇을 하실 것인가 궁금해졌다.1년 전에 내가
엄마께 물어봤던 그 날처럼, 나는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들과 선생님께 질문했다.
선생님, 캔 뚜껑은 왜 따고 계세요?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