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뿌리가 이루어낸 조화와 평등<글짓기>
‘우와～ 멋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서로 다른 두 나무가 마치 하나의 나무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자라는 모습을 보고 외친 한 마디였다.
“연리지 나무네, 정말 멋있지 않니? 뿌리가 달랐던 두 나무가 세상에 나와 이렇게 하나가 되다니.”
멍하니 나무를 바라보는 나에게 엄마가 하신 말씀이었다.그 때는 그저 신기하고, 멋있다는 생각뿐이었다.
언젠가 ‘양성평등’이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 문득 어릴 적에 보았던 연리지 나무가 떠올랐다.
평소 나는 남녀차별이라는 것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자랐다. 어릴 적부터 인형, 공깃돌 못지않게 로봇, 딱지, 팽이도 좋아했었고, 지금도 그림, 비즈공예 같은 것뿐만 아니라, 배드민턴, 농구, 스키, 보드 등의 운동도 좋아한다
웬만한 남자들보다 겁도 없고, 기계 다루기도 좋아하는 나에게 ‘여자가 조신하지 못하다. ’라든가, ‘사내아이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것을 �
’하며 혀를 차는 사람은 없었다. 집에서도 아빠가 청소도 하시고, 가끔은 요리, 설거지도 하신다
제사를 지낼 때면 아빠도 함께 돕고, 엄마와 나도 절을 올린다. 이러한 환경에서 경험을 하고 배우다 보니 양성평등에 대해 고민할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학교라는 사회적인 공간과 주변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알게 모르게 차별이 존재하고 있었다
내가 차별을 느끼지 못한 것은 너무 무관심했기 때문이고, 옷을 입고, 공기를 마시는 것처럼 너무 익숙해서일 것이다. 당연하게만 지나쳤던 일들 속에서도 남자다움, 여자다움이 강조되며 서로를 구별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얼마 전 강당에서 친구들과 배드민턴을 치는데 남자아이들이 들어와 시합을 하자고 했다.흔쾌히 함께 어울리다가 어느 남자아이가 지는 듯하자 자기네들끼리 티격태격 하기 시작했다.
“무슨 남자가 여자한테 지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에이, 그래도 그건 아니다.” “야! 너는 무슨 여자애가 그렇게 잘 치냐?”
어느새 나에게 까지 불똥이 튀었다.
“여자라고 남자보다 운동 잘하지 말란 법 있어?!”
평소에는 그냥 웃어넘겼을 법 했던 말이 오늘은 유달리 기분 나쁘게 느껴졌다. 남자가 여자보다 운동을 잘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여자가 남자보다 잘하면 이상한 여자인 것인가? 일반적으로 남자의 운동능력이 여자보다 뛰어난 면이 있지만 여자도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다
비단 관념에 의한 차별은 여자의 경우뿐만이 아니다. 여자들은 힘든 일은 남자 해야 한다며 은근히 남성에게 일을 떠넘기는 경우가 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핑계를 대며 그 상황을 피하는 것이다. 이 역시 평등하지 않다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