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한 가족<글짓기>
우리 집의 제사는 양동이에 한강을 집어넣은 것처럼 넘쳐난다. 약 두 달에 한번 정도로 일 년에 여섯 번이나 된다
나는 사촌들과 많이 놀 수 있어서 신나고 기쁘지만, 우리 엄마는 강진 할아버지 댁에 다녀오시면 신나기보단 몸이 피곤하고 짜증이 많이 나는 것 같으시다. 할아버지 댁에서 돌아오는 차안에서 엄마는
“오늘은 정말 힘들다. 몸이 무너져 내려 안 쑤신대가 없구나
남자들이 좀 도와주면 좋으련만 �. ”
하시면서 짜증을 내시기 때문에 아빠와 나는 엄마를 왕비처럼 모셔드려야 하고, 엄마의 기분을 맞춰 드려야만 한다.
아빠와 내가 엄마의 기분을 맞춰 드리는 건 이유가 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많은 음식 준비를 위해 엄마가 할아버지 댁 주방에 일찍부터 자리 잡고 일을 하려고 하면 한숨부터 내쉰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집은 음식상이 크고 많이 차리기 때문에 더 힘드실 것이다. 주방에서는 큰엄마, 엄마, 작은엄마, 할머니께서 일을 하시는데 모두가 2살, 3살, 백일도 안 된 아기가 있기 때문에 한 번에 모두 같이 음식을 만들지 못하고 서로 돌아가면서 음식을 하나씩 해야 한다
그래서 강진 할아버지 댁에 다녀오시면 피곤하다고 짜증을 내시다 엄마와 아빠가 티격태격 말다툼을 하시게 된다.그 바람에 분위기도 안 좋아지고 주말에 계획했던 가족여행도 못 갈 때가 있어 나도 속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재작년부터 삼촌이 전을 부치기 시작하셨다.처음엔 쑥스러운 듯 작은엄마와 같이 앉아 고개도 들지 않고 전을 부치셨는데 할머니는 그런 삼촌의 모습을 보면서
“요즘은 남자도 음식을 할 줄 알아야 한다.”
하시며 미소 지으셨다.큰아빠와 아빠는 그런 삼촌을 곁눈질 하며 바라보시다가 밖으로 나가시곤 하셨다.
그 다음 제사 때부터 삼촌은 자연스레 전을 부치셨고, 큰아빠도 양파나 떡, 배추, 파 등 무거운 물건들을 집안으로 날라주시고 상도 놓고 여러 가지 일을 도와 주셨다.또 아빠께서도 여러 생선을 직접 찌는 일을 도맡아 하시고 과일도 깎고 설거지도 하셨다.
그 덕에 큰아빠와 삼촌, 아빠의 요리 실력도 늘었고, 요리 때문에 바쁘던 할머니, 큰엄마, 엄마, 작은 엄마의 얼굴에는 흐뭇한 웃음꽃이 피어 올랐다.그래서인지 몸은 피곤하시지만 말씀하시는 한마디 한마디, 바쁜 손길마다 정스러운 분위기가 되었다.
이제 모든 가족이 ‘남자가 주방에 들어가면 고추 떨어진다’는 옛말은 완전히 잊고 서로 웃으며 ‘전을 잘 부쳤네!, 못 부쳤네!, 이건 찢어졌네! 맛있네!’ 하면서 즐겁게 요리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요즘은 돌아오는 차안에서 싸움을 하기보다는 서로 웃으며 덕담을 하는 모습을 보면 엄마의 마음속 그늘은 사라진 것 같다. 그 웃음꽃의 웃음소리가 할아버지 방의 문틈으로 새어 들어가서인지 할아버지께선 가끔 무엇 때문에 웃는지 궁금하셔서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신다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