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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마이드> 글짓기
손자 녀석이 어릴 적엔 그저 아이가 재능이 많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큰 후에도 그리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그저 이것저것을 경험해보며 진정한 자신의 직업을 찾길 바랐다. 요리가 나쁘다는 게 아니었다
조대평 그도 역시 언제나 요리라는 인간의 융성한 문화에 대해 탄복하고 감탄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들이 조대평의 확고한 결심에 어떤 작은 영향이라도 미쳤다는 뜻은 아니다.“요리사는 안돼!”
무릎 꿇고 마주앉은 손자 조진혁은 묵묵히 눈을 내리깔고 있을 뿐이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손자놈이 중학교 들어갈 때 즈음 tv에서 하는 요리사 윌 파우터의 강연을 듣고는, 윌 파우터의 전신사진이 든 브로마이드를 어디선가 구해와 방에 들고 가더니 그 이후로 행동이 조금씩 변해오지 않았나.
조대평은 정확히 삼십분 전부터 조씨가문의 외동아들 조진혁과 요리사라는 직업의 불합리에 대한 연설을 일장 늘어놨으나, 영 그 연설이 효과를 보진 않은 것 같았다. 한 마디 대꾸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나, 간간히 엿보이는 두 눈동자가 품은 확고부동한 결의는 조대평 그도 역시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결국 상황은 서로에게 호전되지 않고, 조대평은 다시 처음 했던 말을 되풀이할 뿐이다. “요리사는 안돼!” 결국 시간낭비다
상황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쉬지 않고 말을 늘어놓던 조대평도 진혁처럼 입을 다물어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그 침묵이 대평이 마음을 바꿨다는 의미는 아니다. 잠시 눈을 감고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대평이 갑작스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자, 진혁아. 잘 들어보렴
할애비는 요리사라는 직업이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세상에는 여자가 해야 하는 직업이 있고, 남자가 해야 하는 직업이 있는 거란다
총명한 혁이는 할애비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지?”
마침내 침묵을 지키고 앉아있던 진혁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다.땅에 시선을 고정한 것은 여전했지만, 대평의 귓전에 진혁의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 ┸訝�사� 남자가 할 직업이 아니란 말씀입니까?”
“아이구 그렇지! 이제 할애비 말을 알겠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