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마음 예쁜 글씨> 글짓기
학교 방과 후 수업으로 나는 ‘캘리그라피’ 수업을 듣는다. 처음에 그 수업을 듣는다고 했을 때, 친구들의 반응은 따가웠다
“무슨 남자가 그런 것을 하냐?” “글씨는 그냥 쓰면 되지, 꼭 예쁘게 꾸며서 써야 되나?” 친한 친구들이 자기들과 같은 방과 후 수업을 듣지 않는다고 화가 나서 한 소리였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수업을 듣고 싶었다
예상대로 남자는 나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선생님은 나를 더 챙겨주셨다
“상준아, 이건 이렇게 하는 거야. ” “그렇지
어쩜 남자아이가 손끝이 야무지니. ” 수업이 반 정도 진행되자, 선생님께서는 우리들의 독창적인 생각을 보고 싶 다고 하셨다
“이제까지는 글씨를 따라 쓰는 연습만 했었죠? 오늘은 자기만의 글씨를 만 들어 봅시다. 그냥 만들어 보라고 하면, 막막하니까
선생님이 주제를 줄게 요. ” 선생님은 칠판에 아주 크게 적으셨다
-소나기 엥? 방과 후 수업을 함께 듣는 친구들의 반응이었다. 물론 나도 그랬다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 때문에 어쩔 줄 몰라 하던 내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눈을 감고 천천히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 보았다. 우산이 없어서 쩔쩔대는 내 모습 앞에 기다란 빗줄기들 이사정없이 내리고 있었다
그 때의 모습을 상상하자, 며칠 전에 읽었던 ‘소 나기’라는 제목의 동시가 생각났다. 나는 ‘소나기’라는 글자를 크게 쓰고, 그 속에 내가 읽은 동시를 적었다
빗방울이 웅덩이에 떨어져서 동그라미를 그리듯, 동글동글하게 글자를 적었 다. 그리고 ‘나’라는 글자 속에 동시를 적었다
-소나기 온다! 오동잎 따다 우산을 만들자.-소나기 온다! 예쁜 옷 고운 옷 비에 젖을라.
옆에는 오동잎도 그리고, 예쁜 옷을 입은 여자아이도 그려 넣었다. 누가 봐 도 아주 멋진 작품이었다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