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재산> 글짓기
가끔씩 tv나 신문에서 ‘저작권’이라는 말을 들어보긴 했지만 나는 그 뜻을 잘 몰랐 고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 3월부터 갑자기 ‘저작 권’이라는 단어에 신경을 써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내가 청와대 인터넷 어린이신문인 ‘푸른누리’기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푸른누리는 매달 첫째와 셋째 목요일에 발행되는 어린이신문이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대략 7천여 명의 어린이기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매회 테마별 특집기사와 자유로운 기사가 다양하게 실린다. 푸른누리에서는 지 난 4월에 식목일특집으로 ‘나무’에 대한 기사를 모집했다
집에서 직접 가꾸는 나무나 소개하고 싶은 나무 등 평소에 나무에 대해 갖고 있는 특별한 생각이나 경험을 글로 쓰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나무인 배롱나무에 대한 기사를 작성했다
나는 여름방학이면 시골에 있는 외할머니 산소에 가는데 산소 앞에는 외할아버지가 심 으신 예쁜 배롱나무가 있다. 그리고 우리 학교 운동장에도 교장선생님께서 심으신 커 다란 배롱나무가 있어서 여름 내내 풍성한 꽃을 피운다
마치 시골 할아버지처럼 우리 들을 사랑해주신 교장선생님은 정년퇴임으로 떠나셨지만 배롱나무는 남아있다. 그래서 나는 배롱나무를 볼 때마다 외할머니 산소의 풍경도 생각나고 교장선생님도 생각이 나 기 때문에 배롱나무를 좋아한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그런데 기사와 함께 사진도 올려 야했는데 내게는 배롱나무를 찍은 사진이 없었다. 아직 이른 봄이라 학교에 있는 배롱 나무는 잎도 나지 않은 앙상한 모습이어서 사진으로 올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에서 배롱나무를 예쁘게 찍어놓은 사진을 몇 장 찾아 기사와 함께 기사 마감일 하루 전에 편집실로 보냈다. 그런데 편집실에서는 사진에 대한 출처를 밝히라는 메일 을 보내셨고 만약 다른 사람의 사진을 그냥 가져온 것이라면 저작권에 위배되니 마감 일까지 허락을 구하고 그 내용을 알려달라고 했다
밤늦게 메일을 열어보고 화들짝 놀 란 나는 급히 인터넷을 뒤져 내가 가져온 사진을 찾아보았는데 마음이 급하고 시간도 없어서 내가 골랐던 사진들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찾는다고 해도 사진을 찍은 사람에게 허락을 구하기에는 시간의 여유가 너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사진이 없 는 글만 올리게 되었다.
푸른누리 신문이 발행될 때면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한다.내가 보낸 기사가 신 문에 실리면 ‘채택’이 되고 1면에 실리면 ‘채택완료’가 된다.자신의 이름과 함께 나오
는 기사가 1면에 실리는 것은 누구라도 바라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들은 좋은 기사를 쓰기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보낸 배롱나무에 관한 기사는 채택 은 되었지만 1면에 실리지는 못했다
사진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편집진에서는 우 리가 처음으로 기자가 되었을 때 기사작성요령을 알려주면서 ‘저작권’에 대한 말씀도 하셨다
별로 유념해서 듣지 않은 내가 잘못한 것이다.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