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는다> 글짓기  

“ 야, 너 이번에 개봉한 화이트 봤냐? ” “ 아니, 아직. 좀 있으면 인터넷에 뜰 텐데 뭐 하러 가서 보냐? 돈 아깝게 ” “ ‘불다’하게? 사이트 추천해줄까? 나 쿠폰 많은데 하나 줄게

” 쉬는 시간,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 사이에서 들린 대화의 한 대목이다. 이제는 저런 류의 대화를 그러려니 넘길 정도로 너무 일상화 되어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어버린 내 자신에게 오히려 놀랄 정도였다

사실 이 깨달음도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는 것에 회의감마저 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불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몰라, 이야 기하던 아이들에게 물어봤던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일말의 표정의 변화도 없이, “ 불 법 다운로드, 그거 줄인 말이야. ” 라고 대답해 주면서 그것도 모르냐며 왁자지껄 웃는 친구들을 보며 나는 쪽팔림이나 민망함보다는 씁쓸한 마음이 더 크게 들었다

문제는 그것을 금지시켜야 하는 선생님들, 아니 비단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마저도 ‘불법 다운로드사이트’를 애용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는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 에게 보여줄 영화 등을 찾을 때 모니터에 대놓고 켜놓은 후 학생들과 함께 고르며 학 생들 앞에서 버젓이 다운로드를 하기도 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을 수 있다는 옛 속담처럼 학생들을 가르치고 모범이 되어야 할 어른들이 오히려 더 앞장서서 그렇 게 ‘불법다운로드’를 하며 저작권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고 있었다. 그런 것을 바라보고 자라는 우리들은 일 년에 한 번 외부에서 올까말까 한 저작권에 대한 강의를 하러오는 강사의 강의가 제대로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사실, 이렇게 말하는 나라고 ‘불법다 운로드’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냐고 물어본다면 했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멋도 모르 던 시절에는 소설을 함부로 다운받아 별 생각 없이 보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친척 오빠가 함부로 소설을 친구들과 메일로 돌려보다가 경찰서에 소환되 어서 벌금을 무는 것을 보고 겁을 먹은 것으로 끝이 났다. 그렇게 너무 당연시 생각해 서 그런 것일까? 주변 사람들을 보면, 불법다운로드가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불법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문화생활이란 법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여가시간을 즐기는 행위라고 생 각한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여가시간에 무엇을 하든 법에 위배되지 않고 그 안에서 하는 문화생활은 몸도 마음도 기분 좋은 건강한 문화생활이 될 수 있 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 문화생활을 창조하고 만들어주는 창조자들. 즉, 예술가 나 제작자들이 서있을 자리를 빼앗고, 그들이 더 이상 창조를 하기 싫어진다면, 그것은

이미 문화생활이 될 수 없었다. 우리는 아무생각 없이 클릭 한 번으로 시작한 당신의 ‘불법문화생활’로 인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그들을 인식해야한다

일자리를 잃은 그들이 갈 곳 없이 헤매다가 어딘가 길에서 생을 다 하기를 바라는가? 당신의 문화생 활은 모두 이기적인 문화생활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당신은 지금 살인자가 되기 일 보직전이다

아니, 이미 살인자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당신이 웃고 즐기는 그 문화생 활 때문에 자신의 삶을 잃은 사람을 생각해봤는가? 아니면 세상에 창조자들이 전부 사 라졌을 때의 상황은 단 한번이라도 고민해본적이 있는가? 더 이상 문화생활을 가장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영화는 제작되지 않고, 귀와 눈을 즐겁게 해주는 음악은 작사 작 곡되지 않고, 우리의 지식이 되고 마음의 양식이 되는 책들은 출판되지 않는다면? 뉴 스도, 드라마도, 예능도 당신이 즐기는 문화생활이 전부 사라지고, 더 이상 창조되지 않아, 수 없이 과거의 것들만을 계속 반복해서 돌려봐야 한다면? 아마 당신은 생각해 본적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당신의 눈앞에는 문화생활이라는 이름의 옷들이 ‘영화’ ‘음악’ ‘소설’등 각자 다른 상표들을 달고서 전시되어 있고, 당신은 손을 뻗어 그 것을 고르기만 하면 끝일 테니까 말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며, 눈동자를 굴리고 있는 당신에게 묻는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