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남 일급비밀> 글짓기  

뿌연 안개가 눈앞을 가리자 나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떴다. 흩어지는 연기 속에 보 이는 모니터 속 김창남 일급비밀이라는 폴더는 나의 가슴속에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지 만, 함부로 클릭할 수는 없었다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 소리에 그 갈등마저 비에 흘러 내려 갔고 어느새 난 마우스에 손을 얹어 마우스 커서를 그 폴더에 가져다 대었지만, 섣불리 클릭하지 못했다. 클릭하려고 할 때마다 눈앞에 창남이가 선한 웃음을 띠고 있 는 모습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마우스 커서를 살짝 돌리자 가슴 속 아우성이 머리 까지 들리는 듯한 느낌에 미간을 찌푸렸다. 뭐 어때 호기심인데 창남이와 내가 보통 사이야? 창남이와 나는 나이 차이는 얼마 나지 않는 사제지간이다

20여 년 전 작곡 가로 일하고 있던 나에게 창남이는 선한 웃음을 띄우며 제자가 되고 싶다고 하였다. 그 당시 유명한 작곡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나였기에 창남이의 존재가 그리 반갑지 않았다

하지만 매일 나를 찾아오는 창남이의 선한 웃음에 그만 나도 마음을 열고 말 았고 20여 년을 호형호제 하며 지냈다. 하지만 의형제라도 서로 지켜야 하는 것이 있 었는데 그것은 개인 폴더였다

작곡가였던 나는 내 파일 안에 있는 음원들을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에 단 한 번도 아무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창남이 또한 자 신의 개인 폴더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음을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고 그랬기에 굳이 서로의 음악을 공유하려 하지 않았다

유명한 작곡가였던 나는 많은 곡을 만들었고 히 트곡 또한 많았다. 하지만 그런 나와는 다르게 아무도 창남이의 노래를 원하지 않았었 고 그 당시엔 웃으면서 힘을 내라며 우울해하는 창남이의 어깨를 웃으며 두드렸던 나 인데 시대가 바뀌고 음악과 사람들이 변하자 나는 점점 초조해져 갔다

아무도 나와 나의 음악을 원하지 않았고 나는 사회에서 외면받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며칠 동안 방 에 틀어박혀 담배만 피우며 곡만 생각하던 나는 잠시 방을 나왔고 켜져 있는 창남이의 컴퓨터를 보자 나도 모르게 컴퓨터 앞에 앉아 버렸다

담배를 피며 순식간에 자기 합 리화를 해버린 나는 다시 마우스 커서를 김창남 일급비밀 폴더에 가져다 대었고 클릭 하였다. 침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창남이의 폴더에선 비밀번호를 요구하였다

창남 이…. 생일 오른쪽 집게손가락이 검은색 타자키를 조심스럽게 4자리를 누르자 폴더가 열렸다

폴더 속에 보이는 유일한 음악파일 하나에 나는 가슴이 떨려왔고 떨리는 가슴 을 진정시키기 위해 오른쪽 손바닥을 이용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고 나서 마우스 커서를 두번 클릭하자 멜로디가 들려왔고, 나는 복잡한 마음에 음악을 끄고 시선을 창

문 쪽으로 돌려버렸다. 거세게 내리는 빗줄기는 낡은 창문을 부술 듯이 두드렸고 그 모습이 꼭 지금 내 마음 같아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

이 멜로디를 이용해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창남이와 내가 보통 사이가 아니라고 해도 엄연한 범죄였다. 눈을 감아 내리는 빗소리를 가만히 듣자, 며칠 전 매스컴을 뜨겁게 달군 모 연예인 표절 사건이 생각났다

보도 자료를 보며 난 많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표절 작곡가 가 나와 친하게 지냈던 친구였기 때문이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