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소중한 나의 글들 <글짓기>  

내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 그 때는 저작권이라는 말조차 몰랐을 때였다. 선생님께서는 학교에서 문집을 만드니 각자 글을 써오라는 숙제를 내주셨는 데 자기가 쓴 일기 중에 골라서 제출해도 되고, 독후감이나 동시 등을 써오 라고 하셨다

난 동시 짓는 것도 좋아했고, 일기나 독후감도 잘 쓴다는 칭찬도 많이 들었 었다. 그리고 내가 평소에 생각나는 글을 다른 연습장에 쓰는 취미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숙제는 그 중에 골라서 내면 되는 거라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 만 이왕이면 가장 잘 쓴 글을 우리 학교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 서 내가 쓴 일기나 동시나 독후감을 엄마께 보여드리며 어떤 글이 좋을 것 같은지 여쭤보고 골라달라고 했다. 그래서 고른 것이 6개였다

일기 중에는 ‘아빠가 담배를 끊으셨으면 좋겠다. ’는 내용과 ‘무당벌레’를 보 고 쓴 내용, ‘꿀벌’을 보고 쓴 내용이 있고, ‘엄마’에 관한 동시와 ‘베토벤’을 읽고 쓴 독후감, ‘장래희망’에 관한 글이었다

난 그 중에서 선생님이 잘 된 글을 골라 문집에 올리실 줄 알았다. 그리고 내가 쓴 글이니 당연히 내 이름 으로 올라갈 줄 알았다

그런데 문집이 나온 걸 확인했을 때 난 너무 어이없었다. 내 이름으로 올라 간 글은 ‘장래희망’에 관한 단 한 개의 글 뿐 이고, 나머지 글은 다른 친구의 글인 것처럼 학교 문집에 올라가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다른 반 친구들 중 글을 두 개나 세 개 써 온 친구들은 그대로 자기 이름으로 글이 두 개, 세 개가 올라가 있었다. 기분이 안 좋았던 건 둘째 치더라도 선생님에 대한 서운한 마음이 너무나 컸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히는 일이 있었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엄마들이 1 주일에 한 번씩 반을 청소하러 오시는데 우리 엄마도 오셨었다

그리고 청소 가 끝나면 선생님과 엄마들이 이야기를 나누시는데 문집 이야기가 나왔었나 보다. 엄마는 그 때 선생님과 다른 친구 엄마한테 들은 이야기를 나에게 말 씀해 주셨는데 선생님께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혜인이 엄마, 얘들이 글을 써 오라고 했는데 안 써와서 혜인이 걸로 채웠네!” 하셨고 이 말을 들은 친구 엄마는 “선생님, 잘 하셨네요

자기 글이 많이 올라가면 좋죠!” 하시더라는 거였다. 그 말을 듣고 엄마는 집에 와서 가슴앓이를 하셨을 것이다

성격은 내성적이 시고, 남에게 안 좋은 말 잘 못 하시고, 연세도 많으신 선생님이시고, 혹시

그 때 기분이 안 좋았다고 말이라도 했다가는 나에게 불똥이 튈까봐 아무 말씀도 못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법으로도 보호받을 수 있는 저작권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선생님께 “이 글은 제가 쓴 건데요

”라고 말씀이라도 드려볼 걸 하고 아쉬움 이 남는다. 물론 이미 책이 만들어져 나온 상태라 소용없을 수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그 일이 있고 난 몇 년 후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 우연히 그 문집 을 보게 됐는데 자기 이름의 글을 보고는 “내가 1학년 때 이런 글을 썼었구 나!” 하는 거였다. 사실 그건 내 글이었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