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한한 어머니의 사랑 ’  

소설의 이야기는 시골에서 상경한 엄마가 서울의 지하철역에서 실종되면서 시작된다. 가족들이사라진 엄마의 흔적을 추적하며 기억을 복원해가는 과정은 마치 한 편의 추리 소설을 보는 듯한 긴장감을 준다

엄마라는 존재가 가지는 무게와 실제성을 이 소설은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문체로 표현해내고 있다.
소설은 모두 네 개의 장과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딸(1장)-큰 아들(2장)-아버지 남편(3장)-엄마 아내(4장)-딸(에필로그)이 소설의 주체가 되어 각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엄마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서로가 잘 모르고 있던 엄마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엄마가 살아온 인생과 가족들의 내면을 절절하게 써내려간다.각 장은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완결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면서도 5개의 장이 하나로 통일되어 마치 한 편의 연극을 감상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엄마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엄마로서 아내로서 한 여성으로서 엄마는 어떻게 인생을 살아왔을까? 라는 쉽지 않은 질문에 대해 이 소설은 가슴 아프게 응답한다.소설 속의 엄마는 자식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베푸는 존재이다.졸업증명서가 필요하다는 큰 아들의 말에 난생 처음 타보는 기차를 타고 무작정 서울까지 슬리퍼를 신고 찾아온 엄마의 모습, 까막눈임에도 불구하고 딸에게 이름표를 만들어주기 위해 생천 처음으로 글쓰기 연습을 한 엄마의 모습, 자식을 학교에 보내게 하기 위해 자신의 유일한 패물이었던 금반지를 팔아버린 엄마의 모습은 모두 한 가족의 엄마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자식들뿐만 아니라 아버지(남편)에게도 엄마(아내)의 존재는 소중한 것이었다.

『이 평상에 서서 헛간에서 뭔가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는 아내를 보고 있으면 부르지도 않았는데 문득 아내가 당신이 서 있는 쪽을 바라보곤 했다. 그러곤 왜요? 뭐가 필요허요? 라고 물었다

읍에 좀 다녀오려는디 양말이 어디 있나? 하면 아내는 손에 고무장갑을 끼고 있다가도 얼른 벗어놓고 안으로 들어와 입고 나갈 옷가지들을 챙겨주었다. (/ p155)』
『찜질 좀 해줘요? 귓전에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당신이 대답하지 않아도 대야에 물을 받아 가스레인지에 올린 뒤 수건을 뜨거워진 물에 적셔 짜서 당신의 무릎에 얹어놓던 그 검버섯 핀 손, 무릎에 얹힌 수건을 꾹꾹 눌러주는 그 투박한 손을 볼 적마다 당신도 아내가 당신보다 하루라도 오래 살기를 바랐다.(/ p169)』
급기야 “-대체 어디에 있소!” 하며 절규하는 아버지(남편)의 외침에는 그 동안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던 엄마(아내)의 소중함에 대한 후회와 슬픔이 내포되어 있다.
소설속의 엄마는 무한한 사랑을 베푸는 마치 엄마는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그러나 성스러운 손길로 아픔과 상처를 쓰다듬어주고 원죄에 대한 고해를 들어주는 성모 마리아와도 같은 이미지를 띤다.화자가 피에타상을 보고 난 뒤에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ㅡ”라고 어렵게 이야기하면서 소설을 마무리 짓는 것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상이 지니는 사랑의 상징을 새삼 환기시키는 탁월한 결말이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엄마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청소, 빨래, 설거지 등 모든 궂은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나의 엄마와 텃밭에 나가 아욱을 베어와 된장국을 끓이고, 헛간에서 채소를 다듬고, 창호지를 문에 새로 바르는 소설 속의 엄마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 엄마가 아직 곁에 있다는 것, 엄마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에 대한 행복감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은 우리에게 엄마의 무한한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시간이 아직 남아있음에 감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오늘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함께 어깨라도 주물러드리는 건 어떨까?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