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독후감  

리영희 교수의 대표적인 평론집 중의 하나인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1994년에 쓰여 진 책이다. 그것도 그 시대의 상황과 문제들을 놓고 쓴 사회, 정치 평론집이다

한해가 지나기 무섭게 모든 것이 변해버리는 현대에 있어, 15년이나 지난 지금에 이미 지나간 정치 평론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할 법도 하다. 그러나 막상 책장을 열고 만난 그의 세상은 여전히 현실에 밀접한, 경악에 가까울 정도로 밀접한 의미가 있었다

북한 핵문제, 통일 문제, 한미 관계와 국제 관계 문제, 현대사에 대한 논란과 언론 개혁의 문제, 종교 문제, 다른 에세이들, 무엇 하나 유효성을 가지지 않는 것이 없다. 어떤 의미에서 이미 10년도 훨씬 넘게 지나간 평론집을 이렇게 극찬하는가? 그 의미와 유효성에 대해 우리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책의 저자인 리영희 교수는 스스로를 중도 좌파적 지식인이라 평한다. 이 책의 제목과 같이, 리영희 교수는 국가, 즉 공동체는 좌파와 우파가 균형을 이루어야지 건강하다고 주장한다

극단적인 이념전쟁에 휩싸여 좌파를 빨갱이라는 이름으로 몰아넣으며 탄압했던 한국 사회의 실상을, 오른쪽 날개로만 날아가려는 새에 비유함과 동시에 순수 공산주의적 이상의 비현실성 또한 인정한다.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몰락을 통해, 왼쪽 날개로만 날아가려는 새는 추락한다는 것, 즉 한쪽 날개로는 날 수 없다는 진리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비록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으로 불리고 있으나, 실상 그만큼 철저히 중도적인사람도 드문 듯하다. 글과 행적을 통해 나타난 그의 사상적 가치관을 볼 때, 한국 사회가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쳐져 있어서 그가 좌파 지식인으로 추종되고 있는 것일 뿐, 그는 진실의 발견과 사상의 균형을 중시하는 중도적인 지성인임이 분명하다


이 책의 모든 평론들은 리영희 교수의 이런 가치관 아래 쓰여 졌다. 북한 핵문제와 한미 관계 문제에 대한 평론에서 그는 한국 사회가 북한 사회를 보는 일반적인 시각 속에 담긴 편견들을 밝혀내고, 미국의 이중성과 그런 이중성을 용인해왔던 한국의 권력가들의 정치적 속셈을 폭로한다

명확한 근거도 없이 이런 주장들을 한다면, 그는 중도 좌파가 아니라 단순한 선동가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모든 정치 평론을 풍부한 자료와 명확한 근거 아래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나간다

어떠한 감정적인 선동도 없이, 정확한 자료와 근거를 바탕으로 그것이 왜 잘못 되었는지, 어디에서부터 문제가 있는 것인지, 어떤 해결책으로 나아가야 하며, 기존의 해결책은 어떤 면에서 문제가 있는지 조목조목 짚어나간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평론들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이데올로기적 편견에 잡혀서 다른 한쪽의 주장을 부정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자료와 근거를 바탕으로 한 빈틈없는 논증을 통해 주장을 전개해 나아감으로 인해, 강력한 신뢰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사실 리영희 교수의 이 평론집이 강력한 신뢰성을 주게 됨으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은 더욱 쓰릴 수 밖 에 없다. 한국 사회의 진정한 현실, 은폐되고 왜곡된 진실들, 피와 눈물로 얼룩진 현대사의 수많은 기록들을 알게 됨으로, 아무 것도 몰랐을 때보다 더욱 괴로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서서히 끓는 물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 채 죽어가는 개구리처럼 서서히 죽어가는 사회가, 비로소 아픔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곳에서 진실은 살아난다

희망이 생겨나고 변혁이 일어난다. 정치 평론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