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독후감  

소설 속 손승호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이념이라는 것이 정치 지향적 인간들이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소, 변증법도 유물론도 봉건주의도 공산주의도 민주주의도 모두 정치지향적인 인간들이 만들어낸 이기적인 지배도구일 뿐이오 (중략) 그것들은 절대적일수가 없소

왜냐하면 모순투성이고 부정확한 존재들인 인간들이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이오. 그런데 그것들을 절대적 존재로 신봉하게 되면 그만큼 인간들을 불행하게 만들 것이오

손승호라는 사람의 말은 아마도 작가가 스스로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태백산맥을 읽으면서 진정한 민주주의가 지향해야하는 바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소설 속 빨치산 대장역할의 염상진은 머릿속으로 항상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봉건주의의 지배층과 제국주의의 부유층을 몰아내고 그래서 계급 없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생각을 한다

소설 속 염상진이 계급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 조그만 빨치산 내부에서도 자신 스스로 대장이 되어 부하들을 지휘하는데 그건 그 안에서의 계급이란 게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혁명이란 것이 기존의 권력을 행사하던 사람들을 없애고 그 대신 혁명을 일으킨 스스로가 그 자리를 대신하여 지배층이 되려는 욕구를 가진 것이 아닌가, 말로는 계급 없는 사회를 만들고 모두가 평등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그 권력의 정점에 서려고 하는 것 같다. 기존의 권력자를 제거하고 그 대신 자기가 권력을 가지게 되었을 때 그 권력을 버리지 않는 한 계급 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생각은 아이러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태백산맥이 독자들에게 원하는 건 다른 것이 아니고 객관적인 시선에서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를 그리고 미국이 우리에게 침략자인가 조력자인가를 판단해보기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우리들에게 민주주의란 단순한 삶의 자리일 뿐 아니라 과거의 역사에 대한 도전과 힘겨운 이해의 과정이다

또한 서로 이질적인사상을 갖고 있는 소설 속 주인공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 했던 것은 소설 속 이야기일 뿐 아니라 다분히 고통스러운 역사의 경험이었음을 생각해본다. 이러한 의미에서 태백산맥은 독자들에게 간접적으로 다양한 사상들을 체험하게 하는 역사소설의 장이 아닐 수 없다

우리들에게 있어 민주주의, 사회주의, 민족주의 그리고 남한과 북한의 분단은 책을 펴보면 나오는 지나간 역사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과 연결된 고리이다

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평론>  
태백산맥의 가장 뛰어난 성취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해방 직후 좌우의 대립이 단순한 이념 대립이 아니라 지주소작 관계라는 철저한 착취 제도에서 필연적으로 비롯된 것임을 규명해 보려는 데 있다.해방 이후 좌우 대립의 격동상을 반공주의의 편견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그리고 있는 점이나 그것을 추상적인 이데올로기 문제가 아니라 엄연한 물적 토대를 가진 역사적 현상으로 파악하려 한 점은 단순한 이념적 문제로 보기 쉬운 문제를 다른 방향에서 봄으로써 또 다른 대립을 통해 우리나라가 직면한 문제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몇몇 한계를 드러내기도 하는데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등장하는 남녀간의 애정에 관한 통속성은 현실성을 반감시키며 여성 인물들이 남성 중심적 시선으로 대상화, 상품화되게 하는 우를 범하고 또한 중도파 민족주의자 김범우를 주인공으로 설정함으로써 당대의 역사적 사건이나 이념 대립을 양쪽을 비론적 시각으로 보는 점도 문제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여러 가지 부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태백산맥은 분단된 우리 역사를 복원해 내고 있다는 점에서 해방 이후 우리 문학이 이루어 낸 쾌거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이 소설이 지닌 의의를 간추려 보면, 우리 근대사의 큰 흐름을 본격적으로 다루었다는 점과 민족 분단의 배경을 좌우 정치 세력의 대립 및 관념적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설명하지 않고 우리 삶의 근원적인 한의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그리고 민족의 분단과 상잔의 역사적 현실이 아직도 우리 삶의 내부에 깊게 드리워져 있음을 상기시키는 것 같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