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섬을 아시나요 글짓기
엄마와 잡지를 보는데, 특이한 흑백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 중앙의 나무가 열대지방이나 유럽 같은데 오히려 배경은 동양의 수묵화처럼 약간 물이 번진 독특한 인상의 사진이었다
가로로 긴 섬에 빼곡히 나무들이 자라 있는데 그 모습이 마주보는 바다에 데칼코마니처럼 비친다. 모든 것이 멈춘 흑백으로 표현된 정적과 아름다운 유선
어디인지 짐작할 수도 없고 시간의 흐름도 없는 사진. 엄마는 외국인사진작가가 찍은 이 흑백사진 한 장이 ‘강원도 솔섬’을 살렸다고 설명해주셨다
사진을 보자마자 외국의 어느 섬일 거라고 생각했던 사진속의 장소는 놀랍게도 한국의 강원도였다. 집에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그 사진의 작가를 검색했다
작가의 이름만 알았고, 그런 사진을 찍어내는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했다. 맨 처음 검색결과로 나온 건 ‘솔섬을 살린 마이클 케냐’와 ‘개인전-공근혜 갤러리의 사진제공’이었다
첫 번째로 검색했을 땐 관심 있는 사진작가의 개인전이 서울에서 열리며 서울은 나와 거리가 멀고, 결국 솔섬은 보존된다는 아름다운 이야기에서 관심이 멈추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마이클 케냐는 그저 관심 가는 작가였고, 솔섬은 사진속의 신비로운 정물이었으며 보호된다는 사실 자체는 더 이상의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날, 정작 내가 이끌렸던 그 사진의 제목을 모른다는 생각이, 그 사진처럼 새까맣고 환상적인 인상으로 떠올랐다.
pine trees. 이제는 작품명도 알고 어디 소재인지도 안다
그리고 솔섬에 대해서도 더 알게 되었다. 두 번째 검색키워드는 ‘강원도 솔섬’이었다
한국의 다른 사진작가가 찍은 솔섬사진과 사람들이 캠프 가서 찍은 분홍색과 하늘색의 사진들을 찾아보면서 솔섬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원래 솔섬은 2013년에 천연가스(lng) 개발로 인해 나무는 다 베어내고 바다는 매립해 항만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솔섬의 사진을 찍으러 찾아왔다
정작 우리들은 무감각했지만 그들은 이렇게나 아름다운 곳이 개발된다는 사실에 슬퍼했다고 했다. 솔섬은 마이클 케냐의 사진에 담긴 부분은 남겨둔 채 개발한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적절한 절충선인 것 같지만, 바다가 매립되어버리면 솔섬의 매력은 반감되고 말 것이다. 앞에 바다가 있을 때 생기는 물안개나 바다에 반사된 모습이 함께할 때 솔섬 매력이 드러나는데, 솔섬만 남기고 바다를 메운다면 그건 무슨 소용일까?
나도, 월천 주민들도 보통 사람이다. 내 주위에 있는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스스로 잘 보지 못한다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