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답사 후기   

우리나라는 조상의 덕을 기리는 것을 중요한 습속으로 여겨왔다. 잘되고 못되는 일은 다 조상탓이었던 만큼 왕이 된 이들에게는 조상의 덕이 지대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래서 왕의 조상을 기리는 장소를 만든 것 서울 복판의 5만6천평 절대공간인 종묘를 건축하였다.
종묘의 정전에는 19실에 19위의 왕과 30위의 왕후 신주를 모셨으며, 영녕전에는 정전에서 조천된 15위의 왕과 17위의 왕후 및 의민황태자의 신주를 모셨다.

우선 종묘정전은 그 크기가 압권이다. 동서로 117m 남북으로 80m 의 담장이 두른 이 정전은 그 길이가 주는 장중한 자태가 보는이들을 압도한다

정문인 남쪽의 신문을 들어서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길이의 기와지붕이 지면을 깊게 누르고 있다. 지붕 밑의 깊고 짙은 그림자와 붉은 색의 열주는 이곳이 무한의 세계라는 듯 그 위엄에 가득찬 모습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한 건축학자가 이 건축을 보고 동양의 파르테논 이라고 극찬하여 수많은 건축가들이 종묘를 방문하기도 하며 감탄사를 토로했지만 나는 그 일본학자들을 의심하였다. 그들이 강조한 것은 종묘의 외관의 장중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종묘정전의 본질은 정전 자체의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바로 정전 앞의 비운 공간이 주는 비물질의 아름다움에 있다.

종묘의 건축적 요소를 보면 종묘는 국가의 권위와 정통성을 보여 주는 권위 건축으로서의 성격과 선왕에 대한 제사 공간의 마련이라는 제사 건축으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화려하지 않고 단순한 신실이 길게 연속되는 정전의 절제된 건축 형태와 장엄한 공간 구성은 우리나라의 다른 어떤 건축도 흉내 낼 수 없는 종묘만이 가지고 있다

게다가 ㅡ 자형 신실 좌우에 월랑을 두면서 건물은 ‘ㄷ’ 자 형태로 중국이나 고려의 종묘건축과는 전혀 다르다. 가장 큰 정전은 종묘의 구실점으로서 신실19칸, 좌우 월량, 20개의 배흘림 기둥과 맞배지붕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둥은 이익공과 익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종묘는 목조건축으로 세계에서 가장 긴 건축물이며 아직까지 정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몇안되는 건축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곳의 지붕은 궁구렁이나 여염집의 양식과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통상 한옥 지붕의 처마선이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한데 이곳은 직선으로 이우어져 함부로 멋을 부리지 않았고 수평과 수직의 엄숙한 구도에 변화를 주지도 않아서 절제된 미를 느낄수 있었다

정전의 기둥은 익공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초익공과 이익공이 공존해 있었다. 그리고 종묘의 회랑은 벽이 없이 기둥으로 바깥과 안의 공간을 나누고 무한반복의 아름다움으로 공간을 창출해 내었다

하지만 이 길은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놔서 걸어보지 못한게 너무 아쉬웠다. 그리고 종묘에서 동쪽은 왕의길 서쪽은 세자의길 그리고 중앙엔 신도가 있었는데 신도는 영혼이 다니는 길이라 살아있는 사람은 밟지 않도록 아직까지 예를 갖추고 있는 것이 감명 깊었다

나는 종묘를 다녀와서 여태까지 자세히 보지 않았던 한국 건축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혼이 매꾼 여백의 미가 무었인지, 그리고 한국의 일반건축물과 같이 개별적으로 비대칭구조를 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으며 위계질서를 반영 정전과 영년전의 기단과 처마, 지붕의 높이, 기둥의 굵기를 그 위계에 따라 달리 한 것, 비어있는 공간도 위계질서를 지키는 건축방법도 아름답게 느낄수 있도록 한 우리나라의 건축역사가 정말 자랑스럽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