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의 권한과 의무-영화 변호인  
1.영화에 대한 소회

영화 변호인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했다는 이유로 개봉당시 정치적 논란이 있었다. 이 영화를 선택하고 짧은 감상평을 적으면서도 혹시 이 글이 필자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영화에서 법적 시사점을 찾고 학생들과 함께 고민함으로써, 법을 좀 더 쉽게 전달하고 이해시키려 하는 필자의 노력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영화는 1981년 신군부의 계엄령으로 정정이 불안하던 부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세무회계전문변호사로 승승장구하던 우석은 단골 국밥집 아들인 진우가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영화에서는 부동련사건이라 하지만 실제 사건명은 부림사건이다

부림사건(학림사건의 부산판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은 1981년 군사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학생운동을 통제하기 위한 대표적 용공조작사건으로써, 사회과학 독서모임에 참여한 부산지역 학생,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계엄법위반(사회불안을 야기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집회를 개최한 혐의), 국가보안법 위반(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국외 공산계열의 활동을 찬양, 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목적으로 이적물을 보관 취득한 혐의) 등의 혐의로 체포하여 불법적으로 감금하고 기소한 사건이다. 이들 중 19명이 기소되어 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았고, 1983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었다

당시 유죄판결을 받았던 사람들은 2014년 부산지법과 대법원에서 차례로 재심이 열려 무죄판결을 받았다.

에 연루된 사실을 알게 된다. 우석은 진우를 접견한 자리에서 고문의 흔적들을 보게 되고, 숱한 협박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진우의 변호인으로 사건에 참여한다

영화는 속물변호사를 자처하던 우석이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행사에 저항함으로써 인권변호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먼저 영화 변호인의 제목은 왜 변호사가 아니라 변호인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사전적으로 변호사는 “법률에 규정된 자격을 가지고, 소송 당사자나 관계되는 사람의 의뢰 또는 법원의 선임에 의하여 피고나 원고를 변론하며 일반 법률 사무를 업으로 삼는 사람”을 말하고, 변호인은 “형사사건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의 이익을 보호하는 보조자로서 변호를 담당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네이버 국어사전 참조.
변호사라는 용어는 직업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변호인은 역할에 방점을 두고 있는데, 우리 형사소송법 제31조가 변호인은 변호사 중에서 선임한다고 하는 것은 이를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필자의 섣부른 생각일지 모르지만, 영화 변호인이 직업으로서의 변호사가 아니라 역할-형사절차에서 피고인(피의자)의 보조자라는-에 방점을 둔 변호인을 제목으로 택한 것은 우석이 변호사에서 변호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조금 더 보태자면, 형사사법절차에서 변호인의 지위와 그에 수반하는 의무를 상기시키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형사소송에서 변호인은 국가의 공권력 행사로부터 피의자와 피고인을 보호하는 자이다. 변호인은 실체진실발견을 위한 국가 공권력의 발동이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학생들을 고문한 차동영 경감은 증인으로 출석해 “피고인들이 국보법을 위반했다는 것은 국가가 판단한다”고 강변한다

이에 우석은 “국가란 국민이며, 그 국가를 아무런 법적 근거없이 탄압하지 않았냐”고 한다.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찰스 틸리처럼 국가를 조폭에 비유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적어도 국가 형벌권 행사가 정당성을 상실하고 국민을 상처 입힌다면, 그런 국가는 조폭에 비유된다 하더라도 달리 변명할 수 없을 것이다


, 법정 절차는 잘 지켜지고 있는지, 피고인피의자의 자유와 재산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 감시해야 한다(보호자로서의 지위). 영화에서 “법조인이 실정법을 위반해서야 되는가”라는 검사의 질문에 우석은 “시민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호할 방법이 없는 경우에는 법조인(변호인)이 앞장설 수 밖에 없다”라고 답한다

변호인이 법을 위반해서라도 시민을 보호해야 하는가는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는 명제지만 라드부르흐는 “실정법의 외양을 띤 불법과 실정법을 넘어서는 법”이라는 그의 논문에서 “정의와 법적안정성이 충돌하는 경우”의 해결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라드부르흐에 의하면 실정법은 설령 그 내용이 부정의하고 비합리적이라고 하여도 일단 안정성이 우선된다고 한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