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추를 울린, 윤충(允忠)  

윤충은 백제 의자왕대(재위 641∼660)의 장군으로 신라와의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그가 언제 태어났는가는 알 수 없으나 642년 신라와의 전쟁을 지휘한 사실을 통해서 추정해 볼 때 600년대를 전후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되며, 사망한 시기 또한 분명하지 않다

윤충에 대해서는 단지 신라와 한 차례 전쟁을 한 사실만이 기록되어 있을 뿐이며, 출신성분이나 관등을 알 수 있는 기록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

다만 그가 1만명의 군사를 이끌고 전쟁을 지휘한 장군이었다는 사실을 통해 그의 신분과정치적 위상을 추정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사비시대에 군대를 통솔하는데 있어서 관등에 따라 차이가 있었는데, 대개 좌평은 3∼4만명의 군사를 지휘하고, 달솔은 7 8천∼1만명 정도의 군사를 지휘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기준에 의하면 윤충은 달솔의 관등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좌평 은상의 경우에는 7천명의 군사로 신라를 공격한 예도 있으므로 군사의 수로 일률적으로 신분을 규정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으며, 윤충은 달솔 내지는 좌평의 신분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윤충의 군사활동은 의자왕 3년(642)에 단 한 차례 보이고 있다. 의자왕은 왕위에 오른 이후 신라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면서, 대대적인 공략에 나섰다

왕 2년(642) 7월에는 직접 군사를 이끌고 신라를 공격하여 미후(　　) 등 40여성을 함락시켰다. 의자왕은 이것에 만족하지 않고 숨돌릴 틈도 없이 윤충으로 하여금 신라 서부지역의 군사적 거점인 대야성(大耶城 : 지금의 합천)을 공략하도록 하였다

윤충은 그해 8월에 군사 1만을 이끌고 신라의 대야성을 공격하여 함락시켰다. 이 전투에서 윤충은 김춘추의 사위인 김품석과 그 처자를 죽였으며, 남녀 1천여인을 사로잡아 나라 서쪽의 주현(州縣)에 나누어 거주시켰다

대야성전투의 승리로 백제는 신라의 서부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삼국사기(三國史記)』 백제본기는 이 전투에 대해 간단하게 기록하고 있으나 신라인으로 이 전투에서 백제군과 싸우다 전사한 죽죽(竹竹)의 열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당시의 상황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죽죽은 대야주 사람이다. 부친 학열(　熱)은 찬간(撰干)으로 있었는데, 선덕왕 때에 사지(舍知)가 되어 대야성 도독 김품석의 아래에서 보좌하였다

동왕 11년 임인(壬寅, 642년) 8월에 백제의 장군 윤충이 군사를 거느리고 와서 그 성을 공격하였다. 이에 앞서 도독 품석이 막객인사지 검일의 아내가 미색이 있음을 보고 빼앗은 일이 있다

검일이 이를 한스럽게 여기던 중 이때에 적에게 내응하여 창고를 불지르니 그로 인해 성안이 흉흉하고 두려워하여 (성을)지키지 못할 것 같았다. 품석의 보좌관인 아찬 서천이 성에 올라가 윤충에게 말하기를 장군이 나를 죽이지 않는다면 성을 들어 항복하기를 청한다고 하니, 윤충이 만일 그렇게 한다면 공과 더불어 같이 좋아하지 아니할 경우 저 백일(白日)을 두고 맹세하겠다고 하였다


서천이 품석과 여러 장사들을 권하여 성 밖으로 나가려 하였는데, 죽죽이 중지시키며 말하기를 백제는 반복하는 나라이므로 믿을 수 없다. 윤충의 말이 달콤한 것은 반드시 우리를 꾀려함일 것이다

만일 성에서 나간다면 반드시 적에게 사로잡힐 것이니 굴복해서 살기를 구하는 것은 호랑이처럼 싸우다가 죽는 것만 못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품석이 듣지않고 성문을 여니 군사들이 먼저 나갔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