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향>을 보고
<카스바의 슬픈 추억>
줄리앙 뒤비비에 감독의 1937년 작인 영화 <망향>은 70년이 넘게 지난 지금에서 봐도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슬픔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수작 영화이다. 홍길동을 연상케 하는 한 도둑과 아름다운 여인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그리고 그 뒤로 펼쳐지는 스토리는 카스바의 미로처럼 빠져나갈 길 없는 탄탄함을 보여준다. 9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상당히 다양한층위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감독은 관객에게 영화를 보고 난 뒤 큰 여운을 선물로 남겨준다
사실 개인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영화 100’ 따위의 영화 목록을 가지고 한 편 한 편 영화 보기를 즐겨한다. <망향> 또한 그 목록의 위대한 영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어 전부터 항상 보고 싶어 하던 찰나였다
그러니 수업시간에 영화를 본다고 했을 땐, 아침의 피곤함에도 시작도 전부터 큰 기대감을 갖고 두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났을 때도 두 눈을 감을 수 없었다
‘페페 르 모코’는 눈을 감았지만 나는 그를 지켜봐야 했기에.
영화 망향을 이해하기 위해선 영화 속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는 알제의 ‘카스바’를 무대로 한다
카스바(casbah)란 아랍풍 시가지구를 포함한 성곽지구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아랍풍 시가지구란 어떠한 곳인가
그곳은 미로이며 미궁이다. 넓은 가로를 가진 유럽풍 시가지구와는 대조적으로 집과 집들이 숨 쉴 틈을 지니지 않고 붙어있다
우리나라의 판자촌을 연상시키는 카스바는 가난이 모여든 곳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 곳에서 영화 <망향>의 주인공인 페페 르 모코는 왕과 같은 지위를 지닌 강도범이다
그는 그곳에서의 엄청난 인기를 힘입어 주민들에게 도움을 받아 경찰들의 추적을 피한다. 파리에서 건너온 그는 카스바에선 영웅인 것이다
그러나 영웅행세도 잠시뿐 그는 카스바를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 외향만큼이나 그곳에서 갇혀 있는 삶이 답답한 것이다
벗어날 수 없고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는 카스바. 그런 카스바는 페페와 함께 살고 있는 ‘이네쓰’라는 여인으로 상징된다
페페는 자신과 함께 살고 있는 이네쓰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네쓰는 분명 좋은 여자라고 한다
(이하 생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