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사탕」을 보고  Ⅰ.서론  

영화 <박하사탕>은 김영호라고 하는 한 남자의 인생을 보여준다. 김영호는 동창회로 시작하는 첫 장면에서부터 실성한 듯이 몸부림치며 등장한다

그리고 그러던 그는 결국 기찻길 위로 올라선다. 점점 그를 향해 다가오는 기차, 그리고 그 순간에 그는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마지막 말 한마디만을 남기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마지막 순간 절규하던 그는 과연 어떤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던 것일까. 무엇이 그를 그렇게 고통 받게 만들었으며, 무엇이 그의 삶을 피할 수 없는 길로 내몰았던 것일까

그 속에는 한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었던 사회 속의 비극이 도사리고 있다. Ⅱ.본론  
1.순수와 죽음 사이

영화 <박하사탕>은 주인공 김영호의 삶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다. 99년 그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하여 79년 청년 김영호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 속에는 8,90년대 격변 속 한국 사회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한 인물의 순수함에서 자살이라는 비참한 죽음까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두 단어 사이에는 과연 어떠한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등장하는 청년 김영호의 모습은 더 이상 순수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한 아름다움을 지닌 사내였다. 윤순임과의 아름다운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상징하던 박하사탕

그런데 누가 그의 박하사탕을 짓밟았던 것일까. 그 밑바탕엔 개인의 힘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었던 한국 사회의 아픔이 내재해 있다

즉, 우리 사회의 아픔이 김영호라는 한 개인을 통하여 보여 지고 있는 것이다.
1980년 광주에서는 5.18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다.학생들은 독재타도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고 그들을 막기 위해서 계엄령이 선포되었다.그 시기에 이등병 시절을 보내던 김영호 또한 학생들을 저지하기 위해서 총을 들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의도하지 않았던 한 소녀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진다.그리고 그것이 바로 비극의 시발점이 된다.바로 그 날 총을 맞고 절게 된 그의 다리처럼, 이후로도 그 비극은 계속하여 그를 따라다닌다.전역 후 경찰이 된 김영호는 다리를 절면서도 운동권 학생들을 잡아 무자비하게 고문한다.그런데 이러한 김영호의 삶이 우리에게 ‘비극’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가해자였던 김영호가 비극의 주인공인 이유는 무엇일까.그것은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선택과는 무관한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일 것이다.5.18 그가 총을 들었을 때 그는 명령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등병의 신분이었다.그리고 자신이 학생들을 잡아 고문하기 시작했을 때도 이전부터 경찰에 만연해 있는 고문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또한 온전한 자신의 선택이었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이렇게 볼 때 그가 자신의 삶을 철저히 부정하게 되며 기찻길 위에서 자신의 죽음을 맞이하는 것 또한 자신의 선택으로 일어난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회의 온갖 일들이 그를 그러한 상황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2.환경과 자유의지
김영호의 삶을 보면 ‘인간은 어느 정도까지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이는 오래 전부터 철학자들 사이의 큰 논쟁거리였다.김영호가 결국 죽음을 선택하기까지 그의 삶 속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자신이 초래한 일인 것일까.아니면 사회 환경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던 것일까.영화를 보면 김영호의 삶은 자신이 만든 것이라기보다는 격변의 한국 사회 속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흘러왔던 것처럼 보인다.마치 계속해서 외길을 달리는 기차처럼.영화에서 반복하여 보여주듯이 기차는 앞으로만 전진해 간다.뒤로 가지도 않고 옆으로 가지도 않는다.기차는 그저 레일 위를 달릴 뿐이다.그리고 그 기차 안에 탄 사람들은 기차가 가는 길에 몸을 맡길 뿐이다.김영호의 삶도 그러하지 않았을까.그는 ‘한국’이라는 이름의 기차를 탄 승객이었다.영화에서는 자유의지보다 환경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내가 어떤 집에서 태어났고 어떤 친구들을 만나며 어떤 시기에 군생활을 하고 어떤 곳에서 어떤 동료들을 만나는가.우리는 분명 우리의 의지로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주어진 환경 내에서의 일이다.그리고 그 환경의 규모가 더 클수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김영호 에게도 환경이란 벽은 너무나 크게 다가와 그 사이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았다.그렇기에 우리는 그의 삶을 비극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5.18 때도, 6.10 때도 그리고 imf 때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처음 순수했던 그가 타락하기까지, 환경은 그를 원치 않는 삶으로 내몰았던 것이다.물론 이것이 그의 잘못된 행동들을 무턱대고 덮어주지는 않는다.그러나 그것이 그의 삶을 이해하는 일까지 막는 것은 아니다.그가 왜 그런 삶을 살 수밖에 없었는지.그가 왜 그런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는지.그 밑바탕에 무엇이 있었는지.그것을 우리가 이해한다면 그의 삶을 단순한 잘못이 아닌 비극으로 받아들이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3.도덕적 개인과 비도덕적 사회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사회를 우리는 아무런 거부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한 개인이 맞서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 곧 사회는 너무나 커 보인다

순수했던 한 청년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그 사회는 한 개인의 힘으로는 도저히 바꿀 수 없는 것 같다. 라인홀드 니부어는 도덕적 개인과 비도덕적 사회라는 말을 했다

한 개인으로서는 도덕적일 수 있으나 그 사람이 집단에 속하게 되어버리면 도덕적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니부어의 말은 김영호에게 직접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