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조정, 감원에 앞서 해야 할 일  
미국으로부터 전해지는 경제불황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감원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은 이 땅의 많은 직장인들을 또 다시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고용안정에 관한 사회복지제도가 미흡한 상황에서 강행되는 구조 조정의 칼날은 금융, 건설, 섬유, 화학, 자동차 등 전 산업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18년 만에 써 보았다는 40대 중반의 박사와 기술사의 이력서를 읽어 보면서,
imf 금융관리체제에서 벗어 났다고 기뻐할 수 없는 현실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국내에 들어 온지 불과 몇 년 되지 않는 구조조정(restructuring)의 의미는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 이노베이션(innovation) 등과 함께 혼동되는 경우가 많지만, 결국 “변화”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상황에 따라 일부 업종은 줄이고 특정부서는 통폐합하여 기업을 존속시키는데 변화의 목적이 있다.급변하는 21세기에 살아 남아, 몇 백 년의 장수기업으로 존속하기 위해 사업의 내용을 바꾸고 경영전략을 수정하면서, 다양한 대처방안을 모색하여 “존재할 수 있는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구조 조정임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사업주는 직원의 수(數)부터 줄이는 것을 이의 목적으로 인식해서는 곤란하며, 사업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인력을 조정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때, 감원이 최선의 처방인가 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수 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아 기업을 회생시키는 과정에서, 필요한 인력에 대해서는 시급히 충원해야 할 경우도 생기고 어떤 직원은 동종 업계 타사에 전직을 알선해 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득이사람을 줄여야 하는 경우에는 오랫동안 함께 일하며 회사를 키워 온 동료 직원들의 미래를 돕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10 여년 이상 한 직장에 몸담고 있으면서 자신들의 노력으로, 기업을 이만큼 키웠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야 할 경우, 퇴직대상자들은 심리적인 불안과 원망을 품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몇 년 만에 서툴게 쓴 이력서 몇 장 들고, 이곳 저곳 면접을 보러 다니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현직에 있는 동안에는 어떤 일이라도 해 낼 자신이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서랍을 정리하고 건강보험 카드를 반납하고 회사를 떠나는 소외감과 상실감은 이루 말 할 수 없다.워낙 빠르게 변하는 세상인 줄 알면서, 매일 바쁘다는 이유로 미리 준비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기도 하지만, 홀로 거리에 나온 그들에게 재취업과 창업의 길은 막연하고 멀게만 보일 뿐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퇴직 대상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능력과 경력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보고, 동료들과 취업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장소를 일정기간 마련해 주고, 전문가를 배치하여 재기의 방법을 자세히 알려 주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 전직이나 창업에 필요한 기술만 중요한 게 아니라, 심리적인 안정을 유지하고 퇴직금을 적정하게 운용하여 생활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인성/적성 검사는 물론, 전문가와의 많은 대화를 통해 자신을 정확히 평가해 보고, 경험을 나눔으로써 자신감을 회복하고 용기를 얻어 평소 이루고 싶었던 꿈을 되찾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전직지원제도(outplacement services)”라 한다.

지난 해 7월, 노동부에서 고용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시행키로 한 “전직지원 장려금제도”는 적극 환영할 일이나, 요즘 많은 기업에서 이에 대한 내용을 잘 모르고 있음은 안타까울 뿐이다. 이 제도는 선진국에서 10 여년 전부터 시행해 오던 “성인을 위한 경력관리 프로그램”의 하나로, 퇴직 예정자의 미래를 돕고 지원함으로써, 구조 조정으로 인한 노사 마찰을 줄여 노사 안정을 꾀할 수 있음은 물론, 대상자에 대해 사전 교육을 실시하여 해고 불안을 덜어 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퇴직자들로 하여금 직업붕괴에 따른 불안과 긴장을 덜도록 도와 주고, 나이를 먹는 두려움과 미지의 세계에 홀로 남는 공허감에 대한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며, 건전하고 체계적인 구직활동을 지원해 줄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인원정리에 대한 부담과 고충을 경감하면서 해고를 둘러 싼 분규나 소송을 방지하며, 책임감 있는 기업으로써의 사회적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다만, 구조 조정이 임박하여 이 제도를 활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감원과정리해고에 맞서고자 하는 반감이 강하므로, 이의 수용을 거부하거나 부정적으로 대하기 쉽다

그러므로, 각 기업 경영진은 물론, 근로자 들도 본 제도의 취지와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평소 종업원 교육 프로그램의 하나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기술이나 업무 위주로 편성되어 있는 산업교육 또는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에 이와 같은 전직지원 교육을 첨가함으로써 직원의 미래를 좀 더 생각하고 아끼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최근 s 전기나 d 자동차 회사 등에서 퇴직하는 사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 창업을 돕는 사례는 많은 기업들에게 귀감이 되지 않을 수 없다.이러한 기업의 경영주는 작업장부터 폐쇄하고 정리해고를 통보하면서 노사 분쟁을 염려하는 일부 사업주들에게 모범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몇 몇 은행의 합병 소식과 더불어 계속 되는 금융권의 구조 조정, 일부 벤처기업들의 불황소식은 경제의 흐름에 큰 상처로 남을까 걱정이 된다.좋은 제도를 십분 활용하여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우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뼈를 깎는 아픔으로 사람을 줄이는 과정에서 인재경영을 바탕으로 가족처럼 살아 온 기업의 사훈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도록 유종의 미를 남기는 것은 사회의 책임으로 남는다.   (이하 생략)